대련공업대 어학연수 후기 3. 중추절과 학교 행사

9월 중국어 수업 시작 이후 간단한 하루 생활 루틴을 기록해 보자. 먼저 오전 7시 정도면 일어나서 씻고 아침 식사를 했다. 아침은 전날 간단하게 뭔가 사 놓기도 했지만, 만약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날은 수많은 중국 학생 인파를 뚫고 학생 식당에 가서 아침거리를 사 와 기숙사에 돌아와 먹었다. 이 시간에 식당에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사람으로 미어터졌다.


대련공업대 어학연수 후기. 중추절과 학교 행사. 요우티아오와 떠우장
요우티아오와 떠우장

아침 학생 식당에는 제법 메뉴가 다양했는데, 그중 현지 학생이 가장 많이 먹는 메뉴 중 하나라면 단연 요우티아오(油条, 튀김반죽)와 떠우장(豆浆, 두유)이 아니었을까 한다. 언제 식당에 가더라도 늘 볼 수 있었는데 요우티아오는 기름에 튀긴 거라서 아침에 조금 느끼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입에는 잘 맞았다. 반면 떠우장은 외관은 두유와 비슷하지만, 맛은 콩물 원액에 가깝다고 할까.. 입에는 잘 맞지 않았다.

기숙사에서 아침을 먹을 때는 TV를 켜서 중국어로 귀를 적셨고 8시 수업 시간에 맞춰 교재와 사전을 챙겨 늦지 않게 같은 건물 교실로 올라갔다. 수업 후 쉬는 시간에는 교실에 있거나 옆 반에 놀러 가서 다른 학생들과 잡담도 하고 나머지 수업을 이어서 받았다. 4교시 수업을 마치면 12시 정도가 되었는데 혼자 아니면 주변 유학생들과 학교 안이나 근처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만약 그날 외출 약속이 없으면 바로 숙제부터 해결한 다음 교재 예습이나 복습을 진행했고 다 마치면 TV나 스마트폰을 보며 쉬었다. 다시 생각해도 현지 TV 방송은 자막이 있어서 중국어 공부에 무척 좋았고 또 TV 본연의 휴식 기능도 만족스러웠다. 공부를 하다가 늦은 오후 정도가 되면 다시 학생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기숙사 옆 슈퍼에 들러 간식이나 필요한 걸 사서 다시 기숙사로 돌아왔다.

저녁 시간에는 유학생이든 중국 친구든 약속이 있을 때가 은근히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주로 학교 안이나 근처에서 만나서 시간을 보냈고 보통 10시 이전에는 기숙사로 돌아온 것 같다. (약속이 없으면 기숙사 방에서 자유롭게 중국어를 공부했다) 이후 TV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대개 11시 조금 넘어 잠자리에 든 것 같다.

저번 천진 어학연수와 비교하면 혼자 있을 때 열심히 중국어를 공부했던 것은 같지만, 이번 학기 대련에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조금 더 많아졌다. 중국 친구도 그렇고 평소 친해진 한국인 유학생들과도 시내 곳곳을 구경하고 다니기도 했다. 너무 중국어만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을 바꾸니 연수 생활도 조금 더 다채로워진 느낌이고 왠지 하루하루 갈수록 재미있어졌다.


한국의 추석과 중국의 중추절

충실하게 하루하루 보내는 사이 9월 중순 무렵이 되었다. 한국은 추석을 앞두고 있었는데 마침 중국은 이때가 중추절(中秋节)이어서 학교도 수업이 없었고 학생들도 연휴 휴일을 보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연휴 기간 뭔가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감사하게도 당시 친해진 한국인 유학생들 덕분에 중국 대련에서 추석 명절을 잘 보낼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중추절 연휴 첫날인가 있었던 일인데, 오전에 룸메이트를 따라 기숙사 2층 공용 주방으로 올라가 보니 벌써 명절 음식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음식 규모도 제법 돼서 깜짝 놀란 것 같다. 유학생 중에는 큰 누님 한 분이 계셨는데 물어보니 오전에 서문시장에 나가서 식자재를 구해왔다고 한 것 같다. 사실상 요리는 이분이 거의 다 했고 나머지 학생은 채소를 다듬거나 다 된 음식을 방으로 나르는 등 보조를 맡았다.

그렇게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많은 음식이 준비되었고 자리에 모인 학생만 열 몇 명은 된 것 같은데 평소 반이 달라서 마주친 적이 별로 없는 학생들 얼굴도 익혀 무척 좋았다. 타국이기는 해도 명절 음식이 풍성했고 한국 학생도 많아 분위기만큼은 정말 화기애애했다.

특별히 이날은 다른 반 수업을 담당했던 중국 선생님도 한 분 초대 받고 오셔서 음식을 먹으면서도 한국어와 중국어로 양국의 명절이나 중국 생활 같은 이야기를 하는 등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금도 느끼지만, 이날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무척 감사한 마음이었다.


대련공업대 어학연수 후기. 중추절과 학교 행사. 중추절 월병
중국의 월병

한국의 추석 이야기를 한 김에 중국 명절인 중추절에 관해서도 잠시 알아보자. 중추절(中秋节)은 고대 중국에서 달의 신을 숭배하던 풍습에서 유래된 명절로 한나라 시절 대중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으로 달과 등불, 계수나무를 감상하고 월병(月饼)을 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현재도 월병은 중추절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월병은 일종의 중국식 케이크로 폭신한 빵 안에 팥, 견과류, 설탕 등을 넣고 모양을 잡아 완성한다. 월병과 관련된 일화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오래전 당나라 현종의 후궁이었던 양귀비는 어느 중추절에 월병을 먹은 적이 있다. 당시 월병은 호병(胡饼)이라는 이름이었으나(또는 명확한 이름이 없었다는 설도 있다) 양귀비가 갑자기 월병이라는 이름을 떠올렸고 이 이름은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다고 한다.

현재 중국의 월병은 같은 월병이라도 지역에 따라 만드는 방법과 맛에 차이가 있으며(예 – 베이징식, 광동식) 전통적인 방식 대신 버블티 재료인 타로부터 초콜릿, 아이스크림, 과일, 해산물처럼 다른 재료로 속을 채운 비전통 방식의 월병도 많아지고 있다.

당시 중추절을 보냈을 때 처음 월병을 맛보았는데 달달한 앙금 소와 부드러운 겉면 빵의 감촉과 맛이 무척 괜찮았다. 대련에서 지내는 동안 중추절이 아니어도 월병을 파는 곳이 많았는데 맛이 괜찮아서 가끔 생각나면 하나씩 사 먹기도 했다.


9월 대련공업대 행사

대련공업대 어학연수 후기. 중추절과 학교 행사. 교내 선물교환 행사

그러고 보니 9월에는 학교에서 유학생을 대상으로 작은 행사를 주최하기도 했다. 기억에 중추절이나 10월 1일 국경절(国庆节) 연휴를 앞뒀을 때였던 것 같은데 유학생과 선생님이 각자 비싸지 않은 선물을 하나씩 준비한 다음 교실에 모여 무작위로 1:1 매칭된 상대방과 준비한 선물을 교환하는 행사였다. 교환 당일 매칭되는 상대는 누구이고 또 어떤 선물이 나올지 알 수 없어 행사 시작 전부터 매우 흥미진진했다.

이때 왠지 장난기가 발동해서 학교 근처 슈퍼에서 유리병에 담아 파는 썩은 두부(臭豆腐)를 준비해볼까 생각했지만 결국 실행하지는 않았다.. 이날 룸메이트는 웬 다트판을 선물 받아왔는데 장롱 한쪽에 걸어 놓고 연수 기간 내내 심심하거나 공부하다 머리를 식힐 때 던지기도 했다. (연수 끝날 때 보니까 장롱에 다트 구멍이 좀 났는데 죄송합니다;)

다른 행사로는 어학연수 생활을 하면서 대련 풍경 사진을 찍어 제출하는 일종의 사진 공모전이 있었고 행사 이후 결과 발표와 함께 수상자에게는 소소한 상금도 주어졌다. 사진을 낼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결과를 보니 다들 멋지고 예쁜 사진을 찍어 ‘대련에도 이런 풍경이 있구나’라고 감탄한 것 같다.

아쉽게도 이때까지는 사진 찍는 재미를 충분히 알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사진은 많이 남기지 못했다. 대련 현지 생활을 충분히 즐겼음에도 어째 추억이 깃든 사진이 거의 없다니 아쉬움이 크다. 만약 지금 이때로 돌아가면 핸드폰 카메라는 화소가 낮으니 아마 디지털카메라를 사서 왕창 사진을 찍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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