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련공업대 어학연수 후기 4. 국경절과 광장춤 이야기

중국의 국경절(国庆节)은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중앙인민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날로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첫 창립식이 거행되었다. 같은 해 12월에 열린 중앙인민정부위원회 회의를 통해 이듬해인 1950년부터 모든 중국인이 나라의 건국을 기념하는 명절이 되었다.

국경절 전체 기간은 매년 10월 1일부터 약 일주일간 이어지며 음력 1월 춘절(春节)과 함께 중국에서 가장 긴 연휴이기도 하다. 10월 1일 당일에는 중국 전역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리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국기 게양과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되고 다른 지역에서도 불꽃놀이나 공연과 전시회 같은 행사를 통해 나라의 건국과 번영을 축하하고 있다.


대련에서 보낸 국경절 연휴

대련공업대 어학연수 후기 4. 국경절과 광장춤 이야기. 국경절 행사 모습
국경절 행사 모습 (유튜브 CCTV)

9월 말이 되니 슬슬 수업 중에도 선생님으로부터 국경절의 의미나 천안문 퍼레이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궁금한 점이 떠올라 바로 손을 들고 질문해 보았다. ‘만약 국경절 당일 비가 오면 어떻게 되나요?’ 돌아온 선생님의 답변은 ‘하늘에 로켓을 쏴서 비구름을 없애 버린다’였다. 로켓 기술도 기술이지만, 과연 중국에서 얼마나 국경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편 국경절 연휴는 7일이나 이어졌고 이 기간에는 학교에서도 중국어 수업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했다. 주변에 물어봐도 중국 다른 지역으로 여행 간다는 유학생도 적지 않았고, 같은 방에서 지내던 룸메이트 역시 베이징에 며칠 다녀온다고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연휴 기간에는 중국 어디든 사람이 많을 것 같아 그리 여행이 끌리지 않았고 또 중국어 공부 삼매경에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에 기숙사에 남기로 했다.

그리하여 연휴 시작부터 기숙사에서 교재나 TV를 보며 자율적으로 중국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심심하면 룸메이트가 저번 선물교환 행사에서 얻어 온 다트를 가끔 던지거나 스마트폰 게임을 하기도 했는데 확실히 연휴 이후로 학교에도 사람이 확 줄어든 것 같아 어딘가 마음이 허전했다고 할까. 다행히 학교에 남은 유학생이나 중국 친구가 있어서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대련공업대 어학연수 후기 4. 국경절과 광장춤 이야기. 대련 시내 백패커 1
대련 시내의 한 백패커

그런데 이 무렵, 우연인지 저번 학기 천진대학교에서 만난 본과생 친구 Jianxin이 대련에 놀러 온다고 연락해 왔다. 친구는 저번 학기 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한 것 같은데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기념으로(?) 대련에 올 때 천진 18번지 꽈배기 좀 사 와달라고 부탁했고 국경절 연휴 기간 장소와 시간을 정해 시내에서 만날 수 있었다. 물론 부탁했던 꽈배기도 잘 전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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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는 먼저 숙소 체크인을 위해 약속 장소 근처에 있던 한 여행자 숙소로 같이 이동했다. 숙소는 배낭여행객이 가볍게 머물 수 있는 백패커(Backpacker, 背包客栈)였는데, 중국에 와서 처음 보는 백패커의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좋아서 무척 인상적인 느낌이었다. (아직 학교 밖으로 멀리 여행을 떠난 적이 없다..) 뭐 지금도 대련이든 다른 도시든 중국에서 이 정도 분위기의 백패커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대련공업대 어학연수 후기 4. 국경절과 광장춤 이야기. 대련 시내 백패커 2
대련 시내의 한 백패커

소파에 앉아 잠시 기다리는 동안 친구가 방에서 짐을 풀고 나와 곧 숙소 밖으로 이동했다. 친구는 중국인이었지만, 대련시는 이번 연휴에 처음 와 본다고 하길래 안내를 도맡았다. 그동안의 이야기도 계속 나누면서 시내를 좀 돌아다녔는데 이번에는 학교가 궁금하다고 해서 아예 같이 버스로 학교에 도착한 다음 다시 교내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었다.

친구는 이날 이후에도 혼자 대련에 며칠 더 머물면서 명소 여러 곳을 둘러보고 다시 천진으로 돌아갔다. 그 사이 국경절 연휴도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룸메이트도 베이징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기숙사 방에 도착했다. 베이징은 어땠느냐는 질문에 룸메이트는 ‘여행은 무척 즐거웠지만, 어디를 가든 사람 구경은 필수였다’라고 답했다. 음, 연휴 기간이니 유명한 관광지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국경절 연휴가 끝나고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왔고 중국어 수업도 다시 시작되었다. 10월이 되니 이제 날씨가 덥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시원해져서 방과 후나 주말이면 전보다 더 자주 시내에 나가기도 했다. 매번 안 가본 곳이나 맛집도 찾아다녔지만, 중산광장은 야경이 예쁘다고 느껴서 자주 방문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광장에 올 때면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틀어놓고 광장춤을 추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보통 이른 저녁 무렵에 어르신들이 광장에 모여 운동 삼아 가벼운 춤을 추는데 한 번은 친한 유학생들이랑 광장을 지나다가 갑자기 대열에 껴서 춤을 추기도 했다 ㅎ 춤은 그다지 못 추었지만, 중국 문화도 체험해 보고 어르신들이랑 이야기도 나누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광장춤 이야기

중국의 농촌이든 도심이든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광장춤(广场舞) 문화는 대략 1990년대 자리 잡았으며 건강 증진과 심신 개선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춤 추는 중장년층이 많다. 과거 광장춤은 누구나 쉽게 참여하는 여가 문화였고 지금도 그러하지만, 중국도 점점 도시화를 겪으면서 개인주의 문화가 자리잡다 보니 주택가에서는 종종 춤출 때 트는 스피커 음악 소리로 인해 이웃 간 마찰이 일어날 때도 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지금 중국에서 주로 광장춤을 추는 중년 여성들은 1950~60년대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이다. 1960~70년대 아직 어린 학생이었던 이들은 마오쩌둥이 중국 내 자본주의와 관료주의를 타파한다는 명목으로 일으킨 문화대혁명 당시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홍위병(红卫兵)으로 이용당하다가 이후 세력이 커지려고 하자 해체되어 농촌으로 보내졌다.

여성들은 학생 시절 공부할 시기를 놓쳤고 대학에 못 가서 취업 시장에서도 불리한 입지에 서야만 했다. 또한 특별한 취미 생활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체로 모여 운동을 했던 것에 익숙하다 보니 세월이 흘러도 광장에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었는데 중국 정부도 이들에게 음악 장비 등을 무상 제공하다 보니 결국 자연스럽게 광장춤을 추게 되었다고 한다.

그저 광장에 모여 편하게 춤을 추는 문화라고만 생각했는데, 광장춤이 생겨 난 이유를 알고 나니 마냥 편하지는 않은 기분이었다.



끝으로 중산광장 이야기가 나온 김에 광장 근처에 있는 기가 막히는 인도 카레집 한 곳을 추천하며 글 작성을 마칠까 한다. 이곳은 언젠가 다른 한국 학생이 알려 줘서 같이 가봤는데 모든 메뉴가 무척 맛있어서 연수 기간 여러 번 들린 것 같다.

亚桥咖喱(Yaqiao gali, Yabashi curry)
주소 : 辽宁省大连市中山区延安路35号

중산광장에서 대련금융빌딩(大连金融大厦)과 대련호텔(大连宾馆) 사이 도로를 따라 네 블럭 정도만 걸으면 오른쪽에서 발견할 수 있다.


평소 인도 카레를 좋아한다면 어떤 메뉴를 주문해도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카레도 무척 맛있지만, 치즈가 듬뿍 들어간 치즈난(芝士烤饼)을 베스트로 꼽는다.

메뉴 가격은 학교 식당과 비교하면 조금 높은 편이지만, 여럿이서 가면 그만큼 1인 부담이 낮아지니 혼자보다는 최소 2~3인 이상 방문하는 게 좋다. 참고로 바이두 사이트에 식당을 검색해 보니 최근에 작성된 리뷰 글도 있어서 식당은 지금도 영업 중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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