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이 지나고 학교에서 선양(沈阳)시 1박2일 수학여행 공지가 올라왔다. 토요일 아침에 출발했다가 현지 관람과 숙박 후 일요일 돌아오는 일정이었고 참가는 자율이었다. 오래간만의 여행이 재미있을 것 같아 신청했는데, 신청한 학생도 제법 많아서 설렌 것 같다.
대련에서 선양까지의 거리는 약 380km로 서울에서 부산과 비슷하다. 그래서 이동 시간은 좀 걸렸지만, 외부에서 초청한 가이드분 안내도 있어서 중국어 공부도 되고 여행 정보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오후 일찍 선양시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고궁박물관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이곳은 청나라 초대 황제 누르하치가 선양을 수도로 정하고 세웠고 이후 수도를 베이징으로 옮기면서 선양 고궁은 별궁이 되었다.
규모 자체는 베이징 자금성의 10배는 작다는 것 같지만, 청나라 당대 건축과 생활 양식을 보존한 곳이 많아서 인상적이었다. 대표적으로 사진의 팔각형 모양 대정전이나 황제의 집무실인 숭정전과 잔치를 베풀었다는 봉황루, 침전인 청녕궁 등 볼만한 곳은 다양했다.
11월 늦가을 바람은 강했지만, 궁궐 이곳저곳을 보고 단체 사진도 찍는 등 여행 오길 잘했다고 느꼈다. 고궁 관람을 마친 뒤에는 근처의 장씨수부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장씨수부는 20세기 초 중국 군벌 장쭤린과 그의 아들 장쉐량이 지내던 저택인데, 저택치고 규모가 작지 않았고 부지 안 중국 전통 양식과 서양식 건축물이 조화롭게 보존되고 있었다.

기억에 모든 관람을 마치고 시내로 이동해 저녁을 먹은 뒤 호텔로 들어온 것 같다. 이후 배정받은 방에서 짐을 정리한 뒤 쉬고 있을 때 연락을 받고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도착한 방에는 이미 유학생 몇 명 모여 있었는데, 같이 와 있던 가이드분이 길쭉한 무언가를 하나 내밀었다.
건네받은 꼬치에는 통통한 애벌레 구이가 꽂혀 있었고 다들 이미 하나씩 먹었다고 했다. 사람들이 고단백이라고 거듭 설명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다가 큰맘 먹고 한 번에 깨물었더니 다행히 맛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찾을 마음은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방에는 맥주병도 제법 있어서 다들 마시고 간식도 먹으면서 한동안 이야기하고 놀면서 보냈다. 그러다 선생님 한 분이 방으로 전화를 걸어와 인원 확인을 했고, 얼마 뒤 원하는 인원이 모여 근처 노래방에 가서 새벽까지 달리다가 호텔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 날 아침에는 휴대폰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 방 정리와 체크아웃을 마쳤고 메인 여행 장소인 9.18 역사박물관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박물관은 앞서 일본군이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킨 지점과 같은 곳에 지어졌다. 내부 전시관마다 만주사변 과정부터 일본군의 만행 등이 상세하게 재현되어 있었고 모두 둘러보는 데만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박물관 이후에도 한 곳 더 관람했고 4~5시간 정도 달려서 대련으로 돌아왔다. 짧은 1박 2일 일정이었지만, 청나라 시대부터 중국의 근대 역사를 둘러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수학여행이라고 느꼈다. 일정에 참가한 학생들은 이후 여행 감상문을 1장씩 제출하는 것으로 이번 선양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