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을 다녀온 뒤 금세 12월이 되었고 슬슬 연말도 가까워지고 있었다. 대련에서의 공부나 생활 자체는 평소와 다름없었는데, 같은 반에서 수업 듣는 학생이 2~3명 정도만 남았고 과목 숙제도 없어서 슬슬 어학연수도 끝나가는 것을 체감했다.
그러고 보니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를 제외한 본토에서는 12월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아니다. 이건 서방 국가보다 자국의 전통문화를 보호하려는 정책이 아닐까 하는데, 비록 공휴일은 아니더라도 중국 시내에 나가보면 연말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무렵,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는 중국에서 이브에는 주변 사람과 사과를 주고받는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중국어로 크리스마스는 셩딴지에(圣诞节), 이브는 핑안예(平安夜)라고 부르는데 이름 그대로 평온한 밤을 뜻한다.
평온한 밤에 갑자기 사과가 나오는 이유는 중국어로 사과를 뜻하는 핑궈(苹果)와 핑안예의 핑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다만, 이게 무슨 중국 고대 전통은 아니고 대략 2000년대 들어 젊은 층 사이에서 처음 생긴 유행이라는 것 같다.
선물용 사과는 받는 사람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로 껍질에 평안, 사랑 같은 글자나 그림 등이 새겨져 있다. 그렇다고 겉에 마구 글자를 쓰는 건 아니고 사과 성장 단계에서 글자 스티커를 붙인 다음, 햇빛을 차단해 모양을 낸다고 한다.
이런 수고가 들어가기 때문인지 핑안예 때 구하는 사과는 평소보다 가격도 몇 배 오르는 편이다. 사실 글자가 있거나 없거나 같은 사과이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뿐인 기념일이라 이 시기 사과를 구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가까운 사람과 사과를 주고받으면서 대련에서의 크리스마스이브 평안예와 다음날 성탄절은 잘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