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당시 하루는 쉐어하우스에서 같이 지내던 일본 친구들에게 김치찌개를 만들어준 적이 있다. 김치와 두부 같은 재료는 한인 마트에서 사 와서 완성했는데, 친구들은 맛있다면서도 연신 맵다고 땀을 흘렸다.
김치는 맵기도 평범했고 다른 매운 재료는 일절 넣지 않아서 미안하면서도 조금 당황했다. 안 그래도 보통의 일본인에게 한국 김치는 매운 음식이고, 한국인에게 적당한 신라면은 아주 매운 맛이라는데, 이런 차이는 양국의 음식 문화와 습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예로 한국에서 고추, 파, 마늘 등 매운 재료는 요리에 자주 사용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김치를 먹는 것이 일상이고 그만큼 자라면서 캡사이신에도 내성이 생긴다. 반면 일본에서는 스시처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요리가 발달해서 고추나 파 같은 강한 재료는 선호하지 않는다. 이는 아마도 과거 불교의 영향으로 자극이 강한 오신채를 멀리한 문화와도 연결되는 것 같다.
정리하면 일본에서는 음식 자체에 매운 재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간이 필요 때도 간장이나 소금, 일본식 된장 같은 안 매운 조미료를 사용한다. 그래서 일본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한국보다 매운 음식 경험이 적어서 상대적으로 매운 음식에 취약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그런 일본이라도 탄탄면 라멘이나 마파두부 같은 매운 음식이 가끔 있기는 하다. 물론 한국보다 종류는 적겠지만, 안 매운 음식을 먹더라도 시치미나 와사비 등을 더하면 어느 정도 매운맛은 보충할 수 있다.
여담으로 시치미는 살짝 매운 감칠맛이 특징인 조미료이다. 일본 식당에도 많이 비치되어 있는데, 한국 사람으로서 찔끔 뿌려서는 매운맛 기별도 안 가는 느낌이라 늘 왕창 뿌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