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부리(丼)의 역사와 종류를 알아보자

일본 사람들이 평소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를 꼽으라면 돈부리가 있다. ‘덮밥’이라는 이름에 맞게 전용 그릇에 밥을 넣고 그 위에 고기나 계란, 채소와 소스 등으로 만든 요리를 얹어 먹는 것이 바로 돈부리이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도 간편하고 식사 시간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거기에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충분히 설명되는 것 같다.

돈부리가 처음 일본에서 탄생한 시기는 무로마치 시대(室町, 1336~1573)인데 밥에 육수와 채소를 넣은 간단한 형태로 이름은 호반(芳飯, ほうはん)으로 불렀다고 한다. 이는 다양한 사회 계층에 걸쳐 유행하다가 에도 시대(1603~1868) 후반에 들어 오늘날과 비슷한 덮밥이 생겨났다.

그 계기는 연극을 볼 때 식사 목적으로 도시락처럼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향후 메이지, 다이묘 시대에는 규동(牛丼, 소고기 덮밥)과 오야코동(親子丼, 계란과 닭고기 덮밥) 같은 지금도 많이 소비되는 덮밥 메뉴가 개발되었다고 한다.

돈부리를 먹을 때는 한국의 비빔밥처럼 비벼서 먹지 않고 밥과 반찬을 적당히 ‘떠서’ 먹는 것이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만약 해산물 덮밥처럼 다소 싱거운 재료가 올라가 있으면 간장이 나올 때가 있는데 이건 밥에 붓는 게 아니라 옆에 작은 그릇에 담아서 음식을 찍어 먹어야 한다.

식사할 때는 자신의 앞쪽 음식부터 먹으면 되는데 일본에서는 밥그릇을 들고 먹는 것이 예의라서 돈부리 그릇을 그대로 들고 먹어도 좋다. (아마 외국인이면 그릇을 테이블에 두고 먹어도 이해하지 않을까)

또한 일본인은 젓가락만 사용해서 먹는 것에 익숙하지만, 만약 외국인으로 이런 방식이 익숙하지 않다면 같이 나온 숟가락으로 먹어도 상관없다.



요시노야 이야기

돈부리의 역사와 종류. 요시노야
요시노야 (吉野家)

오래전에도 사람들의 소비가 많았던 돈부리는 현대에 들어 일본 국내와 외국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판매하게 되었다. 일본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돈부리 가게는 요시노야(吉野家)로 일본 여행을 가더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텐데, 창업 시기가 무려 1899년이다.

가게 이름인 ‘요시노야’는 당시 창업자였던 마츠다 에이요시가 오사카의 요시노초 출신이었던 것과 연관 있는 것으로 오래 알려져 왔다. 하지만 나중에 이는 잘못되었고 사실 나라현의 요시노산의 벚꽃을 좋아한 데서 이름 붙였다고 한다.

지금도 체인점이 일본에서만 1,000곳이 넘고 해외에서도 미국,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지역에 많은 지역에 있을 정도로 성업 중이며 브랜드 파워도 높다. (1등 돈부리 체인은 스키야 すき家인데 2위 요시노야보다 거의 두 배 많은 약 2,000여 곳의 체인점이 일본 국내에 있다)

요시노야의 대표 메뉴는 단연 소고기 덮밥인 규동이다. 다만 2003년에는 재료로 사용했던 미국산 소고기에서 감염 증상이 발생한 적이 있다. 그래서 2년 정도 규동 대신 다른 메뉴를 개발해서 판매했다가 다시 규동 판매를 재개했던 일이 있는데 여전히 규동은 맛도 괜찮고 가격도 저렴해서 한 끼 가볍게 해결할 수 있는 메뉴로 인기가 좋다. (2024년 기준으로 500엔이 되지 않는다)

지난 1996년, 요시노야는 두산 그룹과 계약한 후 한국에 상륙했지만 기대와 다르게 폭삭 망해서 약 2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 흑역사도 있다. 당시 인터넷도 덜 발달하고 일본 문화가 개방되기 전이어서 그런지, 덮밥을 일본처럼 떠먹지 않고 한국식으로 비벼 먹는 사람이 많았는데 당연히 맛도 없고 인기 있을 리 없었다.

거기에 기본 가격도 비싼 편이었고 기본 반찬을 무료로 주는 한국과는 달리 사이드 메뉴가 전부 유료였던 터라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았던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돈부리의 종류는

돈부리의 역사와 종류. 소고기를 빕 위에 올리는 규동
소고기를 밥 위에 올리는 규동

밥 위에 요리를 올리면 돈부리를 완성할 수 있다. 고르는 재료나 만드는 요리가 다양한 만큼 돈부리 종류 역시 매우 다양하다. 그중 가장 많이 알려지고 사람들이 많이 먹는 돈부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규동 (牛丼) : 대표 돈부리 메뉴 중 하나로 얇게 썬 소고기와 양파에 달콤짭짜름한 타레 소스를 끼얹어 익힌 뒤 밥 위에 얹어 먹는다. 익힌 소고기는 식감이 부드럽고 다른 채소나 밥과 조화가 잘 돼서 간편하게 한끼 식사를 하는 데 좋다.

오야코동(親子丼) : 닭고기와 계란을 넣고 달콤한 쯔유 소스를 넣고 만드는 덮밥인데 닭고기는 부모, 달걀은 자식이라는 이름 그대로 덮밥 이름에 따왔다. 닭고기와 계란을 같이 넣어서 맛은 물론이고 식감에 영양도 풍부해서 인기가 좋고 마치 집밥을 먹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부모와 자식 이름을 여기에 붙인 것은 조금 변태스럽지 않나..)

우나동(鰻丼) : 장어는 일본에서 대표적인 원기 회복(스테미너)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달콤한 간장 소스로 구운 장어를 밥 위에 얹어 먹으면 장어 특유의 식감과 육즙을 즐길 수 있어서 정말 보양식을 먹는 기분이 들 것이다. 다만 재료가 재료인 만큼, 다른 돈부리보다 가격이 비싼 건 단점이다.

카츠동(カツ丼) : 일본 음식에서 돈가스나 가라아게와 같은 튀김 요리는 빼놓기 어려운 것 같다. 가츠돈은 이름 그대로 다 만든 돈기스를 먹기 좋게 잘라 양파와 계란, 달달한 소스 등을 넣고 끓인 뒤 밥 위에 얹어서 먹는다. 바삭한 돼지고기 식감에 부드럽고 달달한 계란 야채 소스가 더해져 풍미 깊은 맛을 자랑한다.

부타동(豚丼) : 돼지고기를 돈가스처럼 튀기지 않고 그대로 야채와 소스에 익혀 먹는 부타동은 돼지고기 본연의 풍미와 식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잘 익힌 고기는 소스와도 잘 어우러지고 부드러운 식감과 맛을 보인다.

텐돈(天丼) : 텐돈은 각종 해산물과 야채를 바삭하게 튀겨 밥에 올리고 소스를 뿌려 먹는 덮밥이다. 일본어로 튀김을 뜻하는 덴뿌라(天ぷら)는 과거 포르투갈에서 조미료 등을 뜻하는 템페로(Tempero)에서 왔다는 말이 있는데 이 중 天(텐)도 같은 뜻이 있고 덮밥에 튀김이 많으니 그대로 텐돈이라고 이름 붙인 것 같다. 밥에 올리는 튀김 재료가 많아서 보기에도 화려하고 맛도 훌륭하다.

치라시즈시(ちらし寿司) : 초밥이나 생선회 등에서 사용하는 신선한 해산물을 밥 위에 두루 얹은 요리로 돈부리의 하나로 간주하는 것 같다. 밥 위에 신선하고 다양한 회 요리와 재료를 얹어서 미적으로 아름다운 특징이 있다. 일본어로 치라시(원형은 치라스)는 ‘뿌리다, 흐트러트리다’의 뜻이 있는데 밥 위에 재료를 이곳저곳 얹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사케동(鮭丼) : 메인 재료로 연어를 사용하는데 만드는 방식에 날 것으로 얹거나 살짝 익혀서 얹는 형태로 나뉜다. 또한 연어 말고도 다른 채소나 계란 등을 얹기도 하는데 조리 방법이 다양하지만, 연어의 신선함과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는 점은 공통의 매력이다.

이쿠라동(いくら丼) : 연어알인 이쿠라를 밥 위에 듬뿍 뿌리는 것이 특징으로, 선명한 주황색 알과 흰 밥의 색깔 대비가 조화롭고 먹기에 좋다. 이때 이쿠라만 잔뜩 넣어서 먹을 수도 있지만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채소나 성게알, 계란을 같이 올리거나 다른 반찬과 먹는 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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