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련공업대 어학연수 후기 5. 장기자랑과 말하기 대회

국경절 연휴도 지나간 10월 중순 정도였을까. 하루는 학교에서 유학생 장기자랑 행사가 있을 거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참여 희망 학생은 자율적으로 신청할 수 있었고 수상하면 소소한 상품도 주어지는 그런 행사였다. 어째 연수 시작부터 본과생 교류회 자리도 마련해 주더니 연수 중간에도 제법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줘서 왠지 학교 선택을 잘했다고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교내 행사가 없더라도 연수 생활은 충분히 즐거울 수 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있는 편이 더 낫다. 이유는 평소 안 만났던 유학생이나 선생님도 볼 수 있고 특별한 행사 경험 등을 통해서 더 재미있는 추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후 행사 당일이 되자 오전 수업과 점심시간이 지나고 전 유학생과 선생님이 유학생 건물 교실 한자리에 모였다. 행사는 사람들이 세팅된 의자에 자리를 채우자 곧 시작되었는데, 사회자의 멘트 이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한 명씩 무대로 나와 장기를 선보였다.

대련공업대 어학연수 후기 5. 장기자랑과 말하기 대회. Voice if China
Voice of China

역시 장기자랑이라고 하면 노래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당시 방에서 자주 보던 TV 방송 중에는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인 Voice of China(中国好声音)가 있다. 이날 참가한 유학생이나 중국 선생님 몇 분이 준비한 음악에 맞춰 중국어나 모국어로 열창했는데 마치 방송 오디션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 같기도 하다.

기억에 노래 말고 쌍절곤 퍼포먼스를 보여 준 다른 반의 남자 선생님이 인상적이었는데 마지막은 단체로 중국 노래를 부르고 (周华健의 ‘朋友’곡이었던 것 같다) 시상식이 진행된 다음 행사도 모두 끝났다. 지나고 보니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았고 이런 행사 자리를 마련해준 학교에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참고로 이날 행사 이후로 중국 본과 신입생 노래자랑이 있을 거라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 본과생 행사를 보러 갈 일이 있나 싶었지만, 당시 노래를 잘 부르던 한국 유학생 한 명도 참여해서 겸사겸사 구경하러 교내 행사장에 들러 보았다. 행사장 자리에 앉고 보니 관중도 많고 규모도 제법 컸는데 다들 무척 멋진 무대를 보여주어서 에너지가 충만해진 느낌이었다.



교내 말하기 대회

10월 말 아니면 11월 초에 학교에서 열린 또 다른 행사로는 말하기 대회(演讲比赛)가 있었다. 당시 대회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신청부터 해버렸다. 왜냐하면 저번 학기 천진에서 예상치 못한 개인 사정(?)으로 인해 제대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던 터라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준비해서 만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 말하기 대회는 큰 규모로 진행된다고 들었는데, 먼저 대련 시의 각 대학교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는 외국 학생을 대상으로 대회를 열어 학교별 우승자를 뽑아 다시 한번 시 규모로 대회를 여는 방식이다. 우리 반 선생님 말씀으로는 (반마다 담임 선생님 제도가 있었다) 대련 시에서는 매년 이렇게 대회를 개최한다고 했다.

시 대회의 한 가지 특별한 점이라면 학교에서 우승한 학생은 국적에 따라 아시아와 서구 지역으로 나뉘어 시 대회에 참가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한국이나 일본 같은 아시아 지역은 중국과 같은 한자 문화권이다 보니 서구 학생들보다 중국어 습득이 유리하고 실력이 높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개인적으로 만약 학교 대표로 시 대회에 나갈 수 있다면 그건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원한다고 쉽게 이룰 수 있는 일도 아니니 크게 마음에 두지는 않기로 했다. 그것보다는 우선 자신의 중국어 발전을 위한 목적이 우선이었고 또 무엇보다 저번 학기 사람들 앞에서 망했던 경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대회 참여 신청을 마치고 보니 앞으로 약 1주일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대회를 위해 먼저 준비할 일은 먼저 말할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원고 내용을 제대로 작성하는 일이다. 저번 대회의 원고 내용은 ‘중국 생활의 장점’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내용 자체는 좋더라도 딱히 매력이나 재미는 적은 주제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평소 좋아하는 중국 음식에 관해 말하기로 하고 몇 시간 정도 들여 원고 초안 작성을 마쳤다.

이후 반 선생님께 찾아가서 원고 점검과 수정을 부탁드렸는데 그때마다 귀찮은 내색 없이 도와주셔서 무척 감사하고 기뻤다. 선생님의 첨삭 지도에 더해 부족하거나 잘 모르는 내용은 바이두 사이트 정보 검색을 통해 추가했고 결국 최종 원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 원고를 완성했으니 이제 열심히 내용을 외우는 일만 남은 셈이다.

특히 이번에는 내용 암기 외에도 거울 앞에서 표정을 연습하거나 일부 내용에 맞는 동작을 추가하기도 했다. 그래야 발표할 때도 조금 더 생동감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 하루하루 대회 날짜가 다가오고 학교 정기수업과 숙제하는 시간이나 또 가끔 시내 투어 나갈 때를 제외하면 기숙사에서 열심히 원고 내용을 외우고 연습했다.

대련공업대 어학연수 후기 5. 장기자랑과 말하기 대회. 말하기 대회 중
말하기 대회 중

교내 말하기 대회 당일. 대회장에는 많은 사람이 모였고 곧 유학생 한 명씩 무대에 나가 각자 준비한 말하기 내용을 발표했다. 다들 언제 준비한 건지 발표도 잘했고 또 내용도 재미있고 유익해서 인상적이었다. 그러다 거짓말같이 자신의 차례가 왔고 조금 떨리는 마음을 누르고 무대에 올라 사람들에게 간단히 인사한 뒤 연습한 내용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연습했던 원고 내용은 단어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고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만세다! 그리고 말하기 중간에 동작을 보일 때 사람들 반응도 무척 좋아서 전체적으로 잘 준비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쉽게도 우승은 다른 학생에게 돌아갔는데 애초에 학교 대표가 되는 게 목표가 아니라서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오히려 대회가 끝나고 주변에서 잘했다는 칭찬과 격려를 많이 받아 감동하기도 했다. 휴우. 중국에서 두 학기 동안 말하기 대회 극과 극을 경험한 기분이었다.


대련시 말하기 대회

대련공업대 어학연수 후기 5. 장기자랑과 말하기 대회. 교내 말하기 대회 기념사진
교내 말하기 대회 기념사진

성대했던 교내 말하기 대회가 끝나고 약 1주일 뒤에는 대망의 대련시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우리 학교 중국어 선생님들과 대표 선수, 그 외 관람 희망 학생들이 학교에서 마련해준 관광버스를 타고 미리 대회장으로 이동했다. 대회 장소였던 성해광장의 어느 컨벤션 센터로 들어갔더니, 이곳 대회장 규모는 말도 안 되게 컸고 각 학교에서 도착한 인파도 무척 많았다.

머지않아 시작 시각이 가까워졌고 사람들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사회자의 안내와 함께 각 학교 대표 선수 한 명씩 무대에 나와 연설을 시작했는데.. 대련시에 중국어를 잘하는 외국 학생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마침 옆자리에 있던 우리 반 선생님은 연설 중이던 어떤 학생의 중국어가 중국인과 같은 수준이라고 했을 정도로 발음과 억양이 완벽했다. 이런 학생이 한두 명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상대적으로 중국 체류 기간이 길었던 이유일까?

교내 장기자랑과 말하기 대회 그리고 시 규모의 말하기 대회까지, 학교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있었고 덕분에 10월 어학연수도 재미있고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어느덧 10월도 마무리되었고 11월에 접어들었는데 조금씩 날씨가 추워지는 게 체감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중국 대련 어학연수 중 미리 겨울을 준비하고 대비했던 경험을 공유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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