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어 1월이 되었다. 9월 학기 모든 수업이 끝났고 아직 귀국하지 않은 유학생은 졸업식에 참여하거나 다른 도시를 여행하기도 했다.
약 5개월간 대련에서 열심히 중국어를 공부하고 지냈던 이야기도 이 글로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아래부터는 조금 구체적으로 대련공업대 학교 정보와 어학연수를 하면서 느낀 점, 연수 후기 등을 작성해 보았다.
1. 대련공업대 선택 이유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약 1년 정도 완전 기초부터 중국어를 독학으로 공부했다. 이후 언어를 더 많이 공부하려고 1년(2학기) 중국 어학연수를 계획했고 천진에 있는 천진대에서 2~7월 첫 학기를 보냈다.
첫 학기 졸업이 가까워졌을 때 두 번째 학기는 중국의 다른 지역도 경험해보고 싶어서 정보를 알아보다가 결국 랴오닝성 대련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인구 약 600만의 대도시지만, 바다에서 가깝고 깨끗한 도시인 점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
대련에서 외국인 어학연수가 가능한 학교는 대련이공대, 대련교통대, 요녕사범대, 대련 외국어대 등 다양하게 있다. 학교 선택에서 조금 고민하기도 했는데 상대적으로 학비와 기숙사비가 저렴했고 깨끗한 학교와 기숙사 시설이 마음에 들어서 대련공업대를 최종 선택했다.
2. 중국어 커리큘럼 구성

어학연수를 하는 가장 큰 목표의 하나는 언어를 잘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 커리큘럼이 좋으면 높은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베이징 어언대학 같은 곳이 유명하다.
대련공업대에서 연수하면 정규 수업 시작 전에 반 배치 시험을 본다. 이후 중국어 레벨에 따라 반을 나눠서 공부하는데, 대련에 있던 당시 입문부터 고급까지 총 6개 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련공업대 커리큘럼 | |||||
입문 | 초급Ⅰ | 초급 Ⅱ | 중급 Ⅰ | 중급 Ⅱ | 고급 |
수업은 반마다 레벨에 맞는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네 과목 중국어 교재로 진행한다. 다만 고급 과정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타 대학보다 커리큘럼이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초~중급 레벨이면 커리큘럼은 무난해 보인다.
* 당시 중국어 실력은 한국에서 1년 독학 (HSK 5급 약 60% 이해) – 천진에서 한 학기 공부 – 방학에 잠시 한국에 와서 HSK 6급 시험을 공부하고 합격한 정도였는데, 대련공업대 고급반 수업은 너무 쉽지도 않고 어려운 부분도 적당히 있어서 무난하다고 느꼈다.
수업 시간은 오전 8시부터 11시 40분까지 총 4교시 정규 수업을 진행한다. 점심 이후 오후에는 동아리 활동이나 HSK(4·5급), 생활 회화 같은 수업 희망 시 참여해볼 수 있다.
단, 중국어 커리큘럼 반과 오후 수업은 학교 상황이나 수강 학생 미달 등의 사유가 생기면 변동될 수 있는 점 참고하자.
3. 기숙사 시설 특징
대련공업대 외국인 기숙사는 1호동, 2호동, 3호동 세 곳이 있는데 대체로 시설이 좋고 깨끗한 장점이 있다. (당시 2호동에서 지냄)
2호동 기숙사 :
– 1인실과 2인실 옵션이 있는데 2인실 가격이 저렴함 (1인실 : 45원/2인 1실 : 28원, 가격은 나중에 오를 수 있음)
– 2층에 조리대와 전자레인지가 있는 공동 주방 사용 가능
– 방에 벽걸이 TV나 냉장고, 침대, 책상이 있고 겨울 온수도 잘 나옴 (다른 곳도 공통인 듯)
– 가장 큰 장점은 기숙사 위치인데 교실과 같은 건물에 있어서 오전 수업 이동 때 매우 편함
– 2인 1실을 사용해도 좁다고 느끼지 않을 만큼 방이 널찍함
* 2호동 건물 1~2층이 기숙사, 3~5층이 (아마도) 호텔, 6층이 교실인데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로 이동 가능
1호동 기숙사 :
– 위치는 교실 건물 뒤쪽에 있고 1분 정도 이동해야 함
– 1인실은 없고 2인 2실이나 3인 3실이 구성 (당시 몽골, 러시아 교환학생들만 사용했는데 지금은 한국 및 다른 나라 유학생도 사용하는 듯)
– 방에 개별 주방이 있어서 중국 음식이 물리면 학교 근처 마트나 시장에서 장 봐와서 요리하기에 좋음
3호동 기숙사 :
– 2015년 신축했고 1호동 기숙사와 같은 건물에 있음
– 기숙사는 4인 2실 아니면 1인실 옵션
– 1호동처럼 개별 주방 사용 가능
* 기숙사 공통
– 기숙사를 관리 담당하는 현지 스텝분들이 매주 방 청소 진행
– 기본 제공 전기를 다 사용하면 학생이 충전해야 함
– 세탁 카드는 별도 구매
4. 학교 시설과 주변, 시내 환경
중국어를 공부하는 교실은 깨끗하고 쾌적한 편이라서 수업에 잘 집중할 수 있다. 교실 칠판은 화이트보드를 사용해서 분필 가루가 날리지 않고 수업에 따라 모니터 등을 활용해서 수업을 진행할 때도 있다.
교실과 기숙사를 제외하고 많이 이용하는 교내 시설은 학생 식당이 있다. 학교에 식당 건물만 몇 곳이 있는데 학기 중에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메뉴도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한 음식을 찾을 수 있다.
* 그 외 학교 주변 시설이나 환경은 아래와 같다.
– 대련 저우수이쯔 공항이 학교에서 차로 약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생활하다 보면 비행기 소리도 들을 수 있는데 금방 익숙해질 수 있다.
– 학교 정문이나 서문 밖으로 오면 PC방, 마트, 식당 외 여러 매장이 있어서 생활은 크게 불편하지 않다.
– 씽꽁지에나 중산광장 같은 시내까지 BRT 버스로 가려면 30~40분 정도가 걸린다. 학교 주변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이 있다면 시내 나갈 때 한 번에 사 오면 편하다.
– 시내 맛집이나 여행지, 쇼핑할 곳도 많아서 공부하다 지치면 바람 쐬고 오기 좋다.
5. 대련공업대 연수 후기
무더운 8월부터 추운 1월까지 대련 공업대에서 충실하게 한 학기 중국어 어학연수를 마쳤다. 공부하는 동안 유학생과 현지 대학생, 선생님 등 무척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대련 생활과 중국 문화도 경험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느낀다.
고급 커리큘럼이 다소 부족할 수 있는 점을 제외하면 대련공업대 선택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정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학교에서 외국 유학생 – 중국 대학생 친구 매칭 이벤트를 열어주기도 하고, 학기 중에도 다른 여러 행사나 말하기 대회, 수학여행 등 어학연수 프로그램은 잘 구성되었다고 생각한다.
학교 위치는 시내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데 오히려 중국어 공부 집중에는 더 좋았던 것 같다. 학교와 주변이 조용하고 쇼핑이나 놀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최적의 공부 환경이 아니었나 싶다.
6. 중국 어학연수 궁금증
끝으로 중국 어학연수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궁금하다고 느낄 수 있는 점을 정리해 보았다. 주관적인 생각으로 작성한 내용이니 참고 정도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6-1. 비싼 학교 가면 중국어가 늘까

등록금이나 기숙사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싼 학교는 분명히 있다. 예로 베이징의 어언대나 사범대, 제2외대 같은 대학은 중국어 커리큘럼이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만큼 다른 지역 학교 등과 비교하면 연수 비용이 많이 든다. (추가로 베이징 지역 물가도 있겠다)
이런 학교는 금액은 다소 높아도 커리큘럼 면에서는 확실히 이상적이고 그만큼 등록하는 외국 학생이 많은데 당연히 중국어 발전에도 좋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커리큘럼보다 더 중요한 건 개인의 공부 의지와 노력이라고 본다.
오전 정규 수업이 끝나면 숙제도 마치고 본문 예습 복습이든 TV 방송이든 계속 중국어를 접하면서 기억하고 반복해야 실력이 오른다. 만약 비싼 학교에 등록했지만, 수업이나 공부를 게을리한다면 그만큼 중국어 발전은 늦는다.
6-2. 한국인 없는 학교는
중국에 오면 최대한 한국인이 없는 학교를 찾으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주변에 중국인이나 다른 국적 외국인만 있다면 중국어 사용 기회가 많아서 언어가 발전할 테니 틀린 생각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중국 어느 지역이나 한국 학생이 아예 없는 곳은 찾기 힘든 것 같다. 일단 대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소도시 쪽으로 알아봐야 한국인이 적은 환경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 한국 사람이 있는 환경이라도 공부에 우선순위를 두면 중국어는 발전할 수 있다. 사실 타국에서 같은 한국 사람을 만나면 향수병 극복에 도움 되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매일 붙어서 한국어로 말하고 놀면 중국어 발전이 느릴 것이다. 그래서 어울리는 횟수를 줄이거나 자주 보더라도 스스로 공부는 열심히 하는 것이 좋다.
6-3. 중국 생활은 안전할까
중국 전체를 보면 아직 한국보다 치안이 좋지 않은 면이 있다. 어학연수 중에 핸드폰이나 다른 물건을 소매치기당했다는 사례도 있었는데(천진에 있을 때 가게 앞에 자물쇠로 묶어둔 자전거를 5분도 안 되서 도둑 맞은 적 있음) 외출할 때는 소지품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밖에 나갈 때는 다른 유학생이나 현지 친구랑 같이 나가고 시간이 늦으면 기숙사나 학교 안에 있는 것을 권장한다. 기본적으로 이 정도만 잘 지키면 평소 생활하는 환경에서는 안전하게 중국 생활을 마칠 수 있다.
6-4. 중국 음식은 잘 맞을까

평소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사람이면 처음 중국에 가더라도 중국 음식이 입에 잘 맞을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처음 먹는 음식도 거부감이 적을 것이고 곧 중국 생활에도 잘 적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 음식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기름지고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입맛이 조금 까다로운 사람은 처음 중국에 오면 한국 음식을 찾는 경우도 생긴다.
만약 다른 건 괜찮은데 고수가 부담스럽다면 음식을 주문할 때 빼 달라고 이야기하자. (不要香菜) 사람에 따라 세제 맛이 난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중국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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