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훈 청혼 리뷰. 아득한 우주에서 너에게 보내는 편지

궤도연합군의 장교인 ‘나’는 정체 불명의 외계인 함대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임무에 한창이지만, 언젠가 전쟁이 끝나면 지구로 돌아가 ‘너’를 만나는 것을 소망하고 있다. 외계인의 정체는 무엇이며 ‘나’는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


저자 – 배명훈
발행 – 북하우스 (2024)
페이지 – 164p

인류의 기술 발전이 진화하여 우주 비행이 가능해진 먼 미래 어느 시점. 목성 주변 소행성대 궤도연합군의 작전 장교인 주인공 ‘나’는 외계인 함대의 공격을 대비하며, 지구에 있는 ‘너’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낸다. 그야말로 목성에서 지구까지 떨어진 초장거리 연애였는데 ‘나’는 우주 함대에서 지내는 것은 어떤지, 적과의 교전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등 시시콜콜한 내용을 모두 담는다.

‘나’는 적막한 우주 함대에서 예고도 없이 시공간을 뚫고 나타나 아군을 공격한 뒤 순식간에 사라지는 외계인들을 방어하느라 정신이 없다. 분명히 어려운 임무였지만, 지구를 지키고 다시 ‘너’를 만나러 가는 목적이 있었기에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

한편, 지구에서는 궤도연합군을 공격하는 배후를 두고 이미 세력이 커진 연합군의 사령관 데 나다 장군의 반란을 의심하며 감찰군을 파견하기에 이른다.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나’의 혼란은 가중되었지만, 우주 전쟁을 마치고 무사히 지구로 돌아가 ‘너’를 만나러 가는 마음에는 변화가 없다. 과연 광활하고 아득한 우주 공간에서 ‘나’는 ‘너’에게 무사히 닿을 수 있을 것인지.


소설 감상

소설 <청혼>은 처음부터 끝까지 임무를 위해 우주에 나가 있는 장교 ‘나’가 지구에 남이 있는 ‘너’에게 편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때로는 지금 우주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나 상황을 설명하기도 하고 지난 시간 지구에서 ‘너’와 같이 보냈던 시간을 회상하기도 한다.

한순간의 실수가 바로 생사를 가르는 우주에서도 ‘너’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거나 우주 특제 광물로 반지를 제작하는 ‘나’의 모습은 열렬한 로맨티스트라는 느낌이 들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먼 미래에는 우주 함대와 같은 첨단 기술이 등장하지만, 그래도 사람과 사람의 마음은 그런 기술이 대체할 수 없다고 할까. 그래서 작품은 미래 지향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하다.

소설은 200 페이지도 안 되게 분량이 짧고 배경과 상황 변화도 극적이거나 반전 요소도 크지 않아서 비교적 단조롭다고 느꼈다. 다만,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 ‘나’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주인공의 ‘너’, 즉 자신이 그리워하는 누군가를 떠 올려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각박하고 바쁜 현실에서도 항상 생각나고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 아닐까 싶다.

끝으로 이 소설은 등장인물과 배경 요소가 복잡하지 않아서 단편 영화나 연극 등으로 만들어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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