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와의 티타임 리뷰 – 정소연 소설집

엘리스와의 티타임 리뷰 – 정소연 소설집

이상한 소리를 듣고 사이보그로 변하는 사람들, 인간을 똑 닮은 페이아 외계인들의 등장, 사는 세계의 시공간이 불일치하면 나타나는 현상, 바라보면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는 바닷가, 어릴 때 헤어졌다가 재회한 지구 언니와 화성 동생 등 현실과 SF 판타지가 만난 섬세한 단편 소설 모음집


발행 – 래빗홀(2024)
페이지 – 344p

14편의 단편, 초단편 이야기로 구성된 소설집에는 평범한 일상에 타임 워프, 우주비행, 초현실 현상, 사이보그 같은 SF 요소가 접목된 내용이 주로 등장한다. 독립된 각각의 이야기는 SF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책 제목이기도 한 ‘엘리스와의 티타임’에서는 다세계 연구소에 소속된 주인공 리즈가 평행우주의 다른 세계를 탐방하는 일을 하고 있다. 다음 업무에서 일흔네 번째 세계에 도착한 그녀는 다른 세계에서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로 알려진 엘리스 셸던 부인을 만난다. (제임스는 실제 미국인 작가였고 그녀의 본명이 엘리스이다)

과거의 엘리스도 세계를 넘는 일을 했고, 당시 직접 가져온 치료법은 지금 리즈의 세계에 도움 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내용을 읽고 타임 워프에 세계선 설정을 더해 ‘이런 일이 정말 있다면?’이라는 재미있는 상상으로 이어진 느낌이었다.

다른 이야기 ‘옆집의 영희 씨’에서는 고교 미술 교사 수정이 작업실 월세를 싸게 구하게 해준 ‘그것’이 등장한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우주에서 지구로 내려와 인간 사회에 섞여 사는 정부 관리 외계인이다. 다행히 사람을 해치지는 않지만, 꺼림직한 외모 때문에 기피 대상이 되었다.

수정은 오피스텔 복도에 나왔다가 우연히 옆집의 그를 만나 깜짝 놀라서 집에 차를 마시러 오라는 인사치레를 한다. 외계인은 정말로 찾아왔고 영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집에 몇 번은 찾아와 그림을 감상하던 영희는 얼마 뒤 고향으로 떠나고 수정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리움을 느낀다.

실제로 만난 외계인 영희는 생각보다도 젠틀했고 제한적이기는 해도 교류가 있었다. 외계인이 사는 곳만의 환경을 알게 되었고, 잠시나마 그들의 언어도(이해는 못 했지만) 들을 수 있었다. 교류는 교류였다는 점에서 수정이 느낀 그리움에는 공감되었다.

그 밖에도 재미있는 설정과 구성을 가진 이야기가 다양한데, 소설집 전체적으로 파스텔 톤의 색감이 느껴졌다. 개중에는 초능력으로 건물을 부수거나, 인간이 사이보그화되는 내용도 등장하지만, 문장 묘사가 과격하지 않아서 SF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접근성이 좋아 보였다.

단, 대부분 이야기가 여성 주인공 중심으로 흘러가고, 화려한 액션이나 추격전 같은 스릴감을 거의 찾을 수 없었던 점은 개인 취향 면에서, 다채로움이 적다고 느껴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평탄한 느낌의 이야기가 많았다고 할까. 그래도 이런 분위기와 방향이 취향인 사람에게는 추천할 만한 가벼운 SF 소설집이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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