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헛간을 태우다, 장님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춤추는 난쟁이, 세 가지의 독일 환상, 비 오는 날의 여자 #241 #242 6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모음집. 평범한 일상과 비범한 환상을 넘는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

번역 – 권남희
발행 – 문학동네 (2014)
페이지 – 220p
<반딧불이>
주인공 ‘나’는 십 몇 년 전 도쿄 대학에 다니던 시절을 떠올린다. 도쿄로 올라온 나에게 안식처가 되었던 것은 고등학교 시절 친했던 친구의 존재이다. 그래서인지 나와 그와 그의 여자 친구와 함께 3명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친구가 자동차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충격에 빠진다. 친구는 유서 한 장 없이 세상을 떠났고 그렇게 남은 친구의 여자 친구와 가까워져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기도 했지만, 그녀 또한 하룻밤 사이에 어디론가 떠나버려 연락이 닿지 않게 된다.
<춤추는 난쟁이>
‘나’는 코끼리 공장에서 코끼리의 부품을 조립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하루는 환상적으로 춤을 추는 난쟁이가 나오는 꿈을 꾸었고 다른 파트에서 일하는 동료에게 정체를 물어본다. 동료는 그 난쟁이가 화려한 춤 솜씨로 궁정에 소속되지만, 혁명이 일어나 어디론가 도망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해준다.
마침, 이 무렵 공장에는 눈부신 미녀가 새로 들어와서 온 공장에 소문이 났다. 나 역시 다른 남자들처럼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했지만, 그녀는 오직 춤에만 관심이 있는 모습이다. 다시 꿈에서 난쟁이를 만난 나는 그에게 춤 실력을 빌려달라고 했고 난쟁이는 조건을 알려주는데.
소설 리뷰
소설집은 하루키가 데뷔 초에 작성한 단편 작품을 모아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반딧불이>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 초반 부분과 스토리 진행이 매우 유사했다. 아마도 데뷔 초에 쓴 이야기를 되살려 살을 많이 붙여 작품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헛간을 태우다>는 영화 버닝의 원작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영화는 본 적 없는데 소설 내용만 보자면 어딘가 모호하면서 끝에 가서는 허전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주인공 ‘나’는 알고 지내던 그녀로부터 한 남자를 소개받는데 이 남자가 자신은 타인의 헛간을 방화할 때 쾌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남자는 헛간을 태우는 기준은 분명하지 않고 그저 태우고 싶을 때 태운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조만간 이 남자가 자신의 집 근처에 있는 몇 개의 헛간 중에서 한 곳을 태울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해한다. 이에 가까운 헛간을 순찰하기도 하는 등 철저하게 대비하지만, 결국 남자는 오지 않는다.
이 이야기에서 주목할 점은 주인공이 남자의 헛간 방화를 추측하면서 느끼는 긴장감에 있다고 본다. 지도를 활용해 집 근처를 순찰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정서가 은근히 와 닿는다고 할까. 다만 소설의 분량이 짧다 보니 인물들의 심리 묘사나 감정 전달이 그리 충분하지는 않다는 느낌이 든다.
반면 이번 소설집에서 <춤추는 난쟁이>는 가장 흥미롭게 읽은 이야기이다. 먼저 배경 자체가 그럴듯하게 환상적인 현실이었고 난쟁이와 마법이라는 요소도 등장한다. 여기에 주인공에게 전이된 춤 실력과 난쟁이의 계약 내용 등 기묘하고 재미있는 동화 같다는 느낌이 들어 재미있었다. 다른 세 이야기는 평범하면서도 하루키 특유의 개성이 있어서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