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의 인기 놀이동산 ‘뉴서울파크’에 모인 서로 다른 등장인물들이 젤리를 둘러싸고 경험하는 단편 이야기 모음집. 젤리는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영원함의 약속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희망이자 미래이다.

저자 – 조예은
발행 – 안전가 (2019)
페이지 – 280p
인기 놀이동산 뉴서울파크에는 매일 수많은 사람이 모여 놀이기구를 타고 즐거워한다. 그날도 이곳에 도착한 사람들은 각자의 재미를 찾아 분주한 모습인데, 모자를 눌러쓴 이상한 남자가 젤리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신제품이라는 남자의 설명에 사람들은 경계하지 않고 젤리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얼마 뒤 웬 붉은 젤리 같은 대량의 무언가가 뉴서울파크 곳곳에서 등장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 기괴한 현상을 앞에 둔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내 혼비백산하며 저마다 갈 길을 찾아 움직인다.
한편, 달콤한 젤리 향이 점점 코끝을 찌르던 같은 시각. 놀이공원에는 부모님과 같이 온 유지와 마스코트 인형 탈 알바생, 청소업체 대표, 심지어 말하는 고양이 등 인물들이 갑자기 등장한 젤리의 존재를 두고 저마다 기이한 경험을 하는데.
소설 리뷰
이 책은 평범하지 않은 소설 제목과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표지 그림을 보고 읽기로 했다. 9편의 단편 이야기는 분량이 길지 않아서 가볍게 읽기 좋았고, 서로 독립된 이야기이더라도 뉴서울파크와 젤리를 둘러싼 연결점이 있었던 점이 약간의 퍼즐 맞추기와도 같아서 흥미롭다고 느꼈다.
다만, 소설에는 모호한 점이 많았는데 이를테면 젤리를 나눠주는 남자의 정체나 젤리 현상인 ‘사바스’에 관해서도 명확한 설명이 없다. 그래서 이 소설은 마치 추리 장르처럼 분명하고 논리적인 인과관계 설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것 같다. 반대로 설명의 공백을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잘 맞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소설 메인 캐릭터 모두 어딘가 불안하거나 걱정이 있는 모습이라 마치 현대인의 어두운 면을 반영해서 표현했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어느 정도 등장인물에 공감 가는 면은 있었는데, 청소 업체 대표와 인형 탈 알바생의 협력은 너무 현실 비약적인 묘사가 아니었나 싶다.
결론적으로 앞뒤 분명한 설명이 없더라도 놀이공원의 기괴한 젤리 현상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다. 마치 현대인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면서 젤리는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상상해 보는 것도 괜찮은 독서 방법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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