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나무젓가락을 많이 쓰는 이유는

고대 중국에서 처음 등장한 젓가락은 동아시아 식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젓가락이 전해진 나라별 문화나 관습 등에 따라 다른 스타일과 용도로 발전해 왔다. 한국, 중국, 일본 동아시아 삼국의 젓가락을 놓고 보면 각각 길이가 다른 것이 흥미로운데 이중 원조인 중국의 젓가락 길이가 가장 길다. 이는 원형 테이블 위에 대가족이 음식을 두고 나눠 먹는 중국 문화를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일단 길어야 멀리 있는 음식도 잘 집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ㅎ

반면 일본에서는 개인 위주로 젓가락을 사용하다 보니 삼국 중 젓가락 길이가 가장 짧아졌다는 의견이 유력해 보인다. 혼자 바로 앞에 있는 음식을 잡거나 그릇을 들고 먹는 문화라서 굳이 긴 젓가락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용하는 젓가락도 한국의 무거운 쇠젓가락과 숟가락 대신 가벼운 나무젓가락을 많은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일본에 젓가락이 들어온 것은 대략 6세기경 한국을 통해서였다고 전해지는 것 같다. 초기에는 주로 종교의식 등에 사용되었고 모양도 위쪽이 서로 연결된 형태의 대나무로 만든 젓가락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젓가락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는데 섬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섬으로 둘러싸인 일본인 만큼, 예전에도 각종 해산물과 생선이 많이 잡혔고 이를 주식으로 먹었을 것이다. 따라서 끝이 뾰족한 일본 특유의 젓가락은 생선 가시를 발라 먹기에 적합하고 면 요리는 먹을 때도 쉽게 잡을 수 있어서 점점 사용이 보급된 것이 아닐까 한다.

확실히 한국 젓가락은 ‘수저’라고 해서 숟가락과 한 세트로 사용한다. 재질도 쇠나 은, 스테인리스가 많고 국이나 양념이 강한 김치 등을 먹을 때 유용하지만 나무보다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대가족이 아닌 개인 단위의 소박한 식사를 하고, 그릇을 들고 먹는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자연스럽게 쇠젓가락이 발전할 기회가 없었던 걸로 보인다.


일본이 나무젓가락을 많이 쓰는 이유는. 일본의 새해 음식 오세치 요리와 젓가락
일본의 새해 음식 오세치(お節) 요리와 젓가락



일본의 나무젓가락과 환경 문제는

나무젓가락은 주로 대나무와 삼나무로 만든다고 하며 가벼운 데다 내구성과 디자인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젓가락은 일본 국내에서 생산되는데 이중 후쿠이현 오바마시는 일본 전체 칠기 젓가락 중 약 80~90%를 생산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일본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려는 장인 정신은 자국 내 젓가락 보존의 지속 가능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무척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데 학교 급식이나 편의점, 식당 등 일본 어디를 가도 항상 사용하는 것은 이런 전통과는 상관 없는 일회용 나무젓가락이다. 일본인 1인당 연간 약 200쌍만 사용한다고 계산해도 1년이면 약 240억 ​쌍이 된다. 이렇게 놓고 보면 일본은 환경 보호를 위해서라도 당장 일회용 젓가락의 사용을 멈추는 것이 옳다고 느껴진다.

처음 일본에서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건 약 19세기 후반 무렵이었다는 것 같다. 하지만 일반적인 예상과 다르게 멀쩡한 나무를 자른 것이 아니라 오래된 나무나 어차피 버려야 하는 건축 자재로 만든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그냥 버리는 대신 사용하는 것이 이득일 테니..) 오래된 나무가 많아서 이런 나무는 적절하게 벌채하고 새 나무를 심는 것이 오히려 환경에 도움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일본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나무젓가락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싸게 들어 온 것이 많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유리한 건 맞지만, 환경을 생각한다면 정말 중국에서도 멀쩡한 나무 대신 오래되거나 버릴 나무를 사용한 건지 제대로 확인해야 할 것이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