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세계 요리 전통이나 문화를 논할 때 빠트릴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식기이다. 식기(食器)는 단순하게 식사하는 도구를 넘어 그 나라 사람들의 식사 문화와 관습, 철학 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과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이다. 그래서 지리도 가깝고 오래전 같은 혈통이나 공통된 문화 부분도 많았는데 식문화에 있어서는 한국, 중국과 다르게 발전해 온 부분이 있으니 바로 숟가락의 사용 여부이다.

우선 지금도 삼국 공통으로 사용하는 젓가락은 수천 년 전 중국에서 처음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식문화 발전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젓가락 사용 방식은 국경을 넘어 퍼질 수 있었는데 국물 요리가 있는 중국과 한국에서는 숟가락도 같이 발전할 수 있었다.

반면 일본에서는 숟가락을 거의 쓰지 않고 젓가락 사용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사용하는 렌게(蓮華)나 치리렌게(散蓮華 : 그 모양이 마치 하나 떨어진 연꽃잎과 비슷하는 데서 유래)와 같은 숟가락은 있는데 주로 카레나 라면 국물 같은 요리를 먹을 때만 주로 사용한다. 즉 이런 요리를 제외하면 덮밥이든 튀김이든 가정식이든 젓가락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왜 일본인은 젓가락을 선호할까

일본에서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일본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스시
일본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스시(초밥)

일본인이 숟가락보다 젓가락을 선호하는 이유와 관련된 구체적인 역사적 기록은 전해지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일본의 음식과 문화를 보면 어째서 숟가락 대신 젓가락의 사용이 많은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약 6세기 경 일본에 처음 젓가락이 들어왔는데 당시에는 종교 의식 위주로 사용되었다가 점점 보편화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섬나라 답게 생선이 많이 잡혔을 테고 생선 가시를 발라 먹는데는 젓가락이 유용하다. 또한 한국처럼 국물 요리가 발달하는 대신, 스시(寿司 : 초밥)나 사시미(刺身 : 회), 덴뿌라(天ぷら : 튀김류)처럼 한 입 크기의 정갈한 음식이 많다. 그래서 ‘굳이’ 숟가락이 발달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일본에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찌개와 같은 요리가 없고 국물 요리를 먹더라도 젓가락만 사용할 때가 많다. 예로 된장찌개를 만들더라도 한국은 가족 구성원이 한 상에 둘러 앉아 음식을 공유하는 문화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국물 양이나 건더기도 많다. 그래도 평소 숟가락을 사용하는 만큼 식사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일본에서 된장찌개는 한국과 비교하면 건더기가 거의 없는 된장국에 가깝고 먹을 때는 그릇을 들고 젓가락으로 건더기를 입에 넣으면서 후루룩 마신다. 당연히 숟가락을 사용할 필요도 없고 (일본인도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일본인 만큼 된장국 사이즈도 대부분 1인용이 많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젓가락 선호는 일본의 음식과 문화, 관습과도 깊게 연관이 있어 보인다. 정확한 기록은 없는 것 같지만, 일본인의 젓가락 사용을 보면 일본의 문화와 사회, 사람들의 관습도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 번외편 – 서양의 포크와 나이프에 관한 짧은 이야기
포크와 나이프는 처음 이집트나 그리스, 로마와 같은 고대 문명에서 발전했는데 주로 식기가 아닌 조리 도구로 사용되었다. 이후 11세기 무렵 베네치아 공화국을 통해 이탈리아로 확산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손이나 나이프 등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가 주 흐름이었던 지라 포크의 사용을 꺼리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귀족이나 종교인 중 포크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고 이는 문학 작품에 그대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16세기 무렵 카트린 드 메디치(Catherine de Medici : 프랑스 왕 앙리 2세의 왕비)와 같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포크 사용을 옹호하면서 점점 인식이 좋아졌고 약 18세기 무렵 이후 포크와 나이프는 전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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