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젓가락 예절을 알아보자

사람의 품격을 나타내는 많은 요소가 있는데 그 중 식사 예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집에서든 식당에 가든 다른 사람과 식사할 때 적절한 매너를 보여줌으로써 상대에게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법이다.

나라마다 발전한 식문화가 다르다 보니 나라와 문화권에 따라 식사 매너와 예절에도 차이가 있는데, 예를 들면 서구 사회에서는 식전에 손으로 빵을 먹는 것이 예의이고 중국에서는 초대받은 집에 가서 음식을 모두 해치우면 주인의 체면이 서지 않아 실례인 것과 같다.

이번 글에서는 젓가락 사용 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젓가락 예절’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한국과 중국도 젓가락을 많이 사용하지만, 일본은 숟가락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만큼 일상에서 젓가락 문화가 더 발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문화로 인해 다른 나라에는 없는 특유의 젓가락 식사 예절 문화가 생겨나기도 했다.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중요한 모임 자리에서는 더욱 예절을 갖춰서 식사해야 가족 구성원이나 지인, 동료 등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수월할 것이다. 일본에서 통용되는 젓가락 예절 종류가 다양한데 그중 잘 알려진 금기 사항 10가지 정도를 알아보자.


식사 예절을 지키면 맛있는 음식이 더 맛있어진다

1. 젓가락 옮기기, 건너 젓가락 (移り箸, 우츠리바시) : 밥 한 번, 반찬 한 번 음식을 먹지 않고 젓가락을 한 접시에서 다른 접시로 옮기면서 계속 반찬을 먹는 행동을 말한다. 이는 밥과 반찬의 균형 있는 식사 순서를 해쳐서 예의가 아니다.

2. 젓가락 쥐기 (握り箸, 니기리바시) : 젓가락을 마치 다른 도구처럼 쥐거나 이상한 모양으로 잡는 방식인데 식사 자리에서 젓가락은 항상 올바르게 쥐어야 한다. 아직 젓가락 사용에 미숙한 어린이라면 모를까, 성인이라면 꼭 제대로 쥐어야 한다.

3. 눈물 젓가락 (涙箸, 나미다바시) : 소스나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을 때 주의하지 않으면 젓가락에서 액체가 떨어지기 쉽다. 이는 눈물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눈물 젓가락’이라고 부르는데 음식이 식탁이나 다른 반찬에 떨어져서 위생적이지 않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

4. 가리키는 젓가락 (指し箸, 사시바시) : 젓가락을 쥐고 식탁 너머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을 향해 젓가락을 가리키는 것은 그 사람과 사물을 공격하는 것과 같아서 상대의 기분도 좋지 않다. 마치 서양 문화에서 손가락으로 사람을 가리키는 것처럼 무례한 행동이다.

5. 넘기는 젓가락 (渡し箸, 와타시바시) : 젓가락으로 잡은 음식을 다른 사람의 젓가락으로 직접 전달하는 행동이다. 우선 모양새도 그리 좋지 않고 위생적이지도 않다. 또 운이 없으면 음식이 식탁에 떨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뼈와 관련된 장례 의식을 연상시킨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6. 찾는 젓가락 (探り箸, 사가시바시) : 젓가락으로 음식 속을 뒤져서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행동은 음식에 대한 감사함을 잊는 것이자, 주변에도 좋게 보이지 않는다. 일본에는 한 번에 망설이지 않고 집을 수 있는 간소하거나 한입 크기 음식이 많으니 괜히 음식 속에서 음식을 찾을 필요는 없다.

7. 망설이는 젓가락 (迷い箸, 마요이바시) : 음식이 많으면 뭐부터 먹을지 고민이 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는 마음 속에서 빠르게 결정해야 할 문제지, 식탁에서 젓가락을 왔다 갔다 하면서 고민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 집어야 할 음식을 바로 결정하지 못하고 젓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면 다른 사람 식사도 방해하고 자신도 명료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8. 긁는 젓가락 (掻き箸, 카키바시) : 마치 일본 만화에서 배고픈 캐릭터들이 그릇을 입에 바짝 붙이고 쉴 새 없이 젓가락질하면서 음식을 입에 넣는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그릇을 입에 가까이 붙이고 계속 젓가락을 사용하면 음식이 얼굴에 붙거나 사방에 튈 수 있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

9. 비비는 젓가락 (擦り箸, 고스리바시) : 한국에서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사용할 때 젓가락을 분리한 곳에 붙은 보풀을 제거하기 위해 젓가락을 비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젓가락을 비비는 것은 젓가락 품질에 관한 의심을 나타내는 것이자, 주변에 나무 부스러기가 튈 수 있어서 예의가 아니다.

10. 핥는 젓가락 (ねぶり箸, 네부리바시 또는 모기바시) : 음식을 먹다 보면 젓가락에 밥알이나 반찬이 붙을 수 있는데 이를 핥거나 빨아서 깨끗하게 먹는 것은 외관상 보기에 좋지 않다. 그렇다고 국물에 젓가락을 씻으면 이건 ‘씻는 젓가락(洗い箸, 아라이바시)’으로 예의에 어긋나니 애초에 깨끗하게 먹는 것이 정답이다.

11. 그 외 – 젓가락을 위로 들어 음식을 입에 떨어트리는 올리는 젓가락(あげ箸, 아게바시)이나 젓가락을 바닥에 떨어트리는 오토시바시(落とし箸, 오토시바시), 음식을 앞에 두고 젓가락을 손에 올려 합장하는 숭배하는 젓가락(拝み箸, 오가미바시) 등 모두 일본에서는 식사 예절이 아니다. 또한 젓가락을 밥 위에 수직으로 꽂는 행동은 장례식을 연상시켜서 꼭 피해야 한다. (이건 한국에서도 제사 지내는 것과 같아서 예의가 아닌 건 같다)


일본은 젓가락 문화가 발전한 만큼, 이와 관련된 식사 예절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일본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일본 사람과 문화를 더 잘 이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혹시 일본을 여행한다면 젓가락 사용 기회가 많을 텐데, 여행이란 그 나라의 방식을 경험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따라서 문화가 조금 다르더라도 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면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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