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國花)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나라의 꽃으로 문화적, 관습적인 부분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상징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무궁화를 국화로 사용하는 한국에서는 1800년대 말 국가 행사에서 처음 사용되었는데, 일본 식민지 시기를 보내는 과정에서 마치 무궁화의 강한 생명력처럼 인내하고 이겨내는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세계 다른 나라들도 저마다 국화를 가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장미 전쟁을 끝으로 장미를, 프랑스는 전쟁에서 승리를 상징했던 아이리스(붓꽃)를, 스위스는 순결함과 소중한 추억을 상징하는 에델바이스꽃을 각각 국화로 삼고 있다. (특이하게도 중국은 명확한 국화가 없는데 매란, 난, 모란이 유력한 후보라고 한다)
일본이 벚꽃(사쿠라)를 국화로 사용하는 것은 이미 외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벚꽃은 장수와 생명력의 의미 말고도 ‘순결’, ‘고귀함’, ‘정신적 아름다움’의 꽃말이 있고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기도 하다. 그럼 벚꽃은 어떤 부분에서 순결함과 고귀함 등을 상징하는 건지 자세히 알아보자.
일본에서 국화 벚꽃이 갖는 의미

벚꽃은 과거 9-10세기경 일본 헤이안 시대 문학작품에도 등장했을 정도로 일본 국민에게 사랑 받아 온 역사가 깊다. 벚꽃이 피려면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피어난 꽃은 얼마 안 가서 사방으로 흐트러지며 생을 마감한다. 이런 벚꽃의 특징이야 말로 오래전부터 일본인에게 삶과 죽음의 덧없음을 상징하는 불교의 교훈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즉, 꽃이 피는 기간은 무척 짧지만 분명히 빛나고 있다. 인간의 수명 역시 이처럼 무상한 것이며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도록 하는 메시지를 준다. 또한 벚꽃이 탄생하고 죽는 과정의 순환은 인간 존재 역시 한순간을 사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벚꽃은 마치 가장 아름다운 순간 죽음을 맞이하거나 찰나의 순간을 사는 인간의 삶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어쩌면 고대 일본인들은 벚꽃의 이런 아름다움과 특징에 매료되었고 정신적 이상향으로 삼았던 것이 아닐까. ‘짧지만 화려하게 살고 장렬한 종말을 맞이한다.’ 문학 작품 등에서 보이는 이런 모습이야말로 어째서 일본인이 벚꽃을 사랑하는지 철학과 미학의 가치를 보여준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벚꽃의 아름다움을 더 가까이 감상하고자 매년 사쿠라 개화 시즌이 되면 만발한 벚꽃나무 아래 모여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하나미(花見)를 즐기고 있다. 이는 고대 당나라로부터 영향받았는데 처음에는 인내를 상징하는 매화를 숭배하는 목적이 강했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벚꽃의 아름다움과 가치가 멀리 퍼지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벚꽃을 감상하고 봄을 맞이하는 문화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일본 전국 곳곳에는 하나미를 즐길 수 있는 벚꽃 명소가 많으며 일본에서 빠트릴 수 없는 연례 문화 행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나미 행사야말로 일본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고 벚꽃을 제대로 감상하는 활동인 셈이다. 또한 하나미는 낮에도 아름답고 즐겁지만, 나무에 조명을 걸었다가 밤이 되면 켜고 감상하는 요자쿠라(夜桜 : 밤에 벚꽃 구경)도 무척 매력적이다.
정리하자면 벚꽃은 짧은 순간 피었다 지는 모습에서 삶의 덧없음과 무상함, 고귀함 등을 상징하며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꽃이다. 그리고 이미 만화나 소설, 게임 같은 작품이나 제품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서 등장하며 일본의 아름다움을 상징하고 있다. 이는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는 것이자 일본인 정신의 고결함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도 매년 봄철만 되면 전국 벚꽃 개화 시기나 위치 정보를 담은 ‘벚꽃 전선’이 등장하고 관련 축제도 활발해진다. (매년 봄마다 좀비처럼 살아나서 유행하는 벚꽃엔딩 노래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서 벚꽃 역시 잠깐 피었다가 지는 것은 일본과 같은데 짧고 화려하게 피고 지는 벚꽃을 보면서 인생의 무상함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