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술집은 그 이름이나 형태는 다양하지만, 어느 나라에서든 쉽게 볼 수 있는 밤문화의 상징과도 같다. 잘 알려진 대로 일본에는 이자카야(居酒屋)가 있는데 가벼운 맥주나 하이볼 또는 일본의 전통주 등을 마실 수 있고 각종 요리나 안주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자카야의 유래는 과거 에도 시대(1603~1868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혹은 9~11세기 헤이안 시대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무렵 술은 보통 집에서 먹었지만, 점점 술을 구매한 가게를 떠나지 않고 마시는 사람이 늘었고 나중에는 음식을 만드는 가게도 등장하게 되었다. 즉, 이자카야의 출발은 이름 그대로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었던 셈이다.
이후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메이지 시대에는 일본 전통주인 사케(酒, さけ)뿐만 아니라 맥주를 팔았고 점점 일본 전역에 이자카야와 이자카야 체인점 등이 퍼져나갔다.
이자카야를 선술집이라고 부르는 것은 말 그대로 서서 마시는 타치노미(立ち飲み) 방식의 가게를 칭하는 건데 지금도 어렵지 않게 가게를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앉아서 편하게 먹고 마시는 이자카야가 더 많지만, 타치노미 가게는 서서 빨리 먹고 갈 수 있고 그만큼 메뉴 가격도 저렴한 장점이 있다.
일본 이자카야의 특징은

일본에서 이자카야를 찾는 사람은 많다. 회사에서 하루를 마치고 한잔하면서 피로를 풀거나 그리운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아니면 그냥 기분 내고 싶을 때 등등 사람마다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여행으로 도쿄나 오사카와 같은 큰 도시를 가면 어렵지 않게 곳곳에서 이자카야를 찾아볼 수 있다. 이자카야로 유명한 곳 몇 곳을 꼽자면 먼저 도쿄는 ‘신주쿠 골든거리(ゴールデン街)’가 있는데 약 1970년대 이후 조성되었고 좁은 골목에 약 200여 곳의 이자카야가 영업하고 있다.
일본의 또 다른 유명 관광지인 오사카를 방문한다면 도톤보리에 들러보자. 오사카의 중심 여행지인 만큼 매우 다양한 식당과 이자카야를 찾을 수 있다. 또한 후쿠오카에는 나카스(中洲) 강변을 따라 포장마자(屋台, 야타이)가 줄지어 있어서 매력적인 분위기를 느끼면서 술과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일본에 여행 와서 이자카야에 들를 때는 오토시(お通し) 문화를 미리 이해하는 것이 좋다. 오토시는 손님이 오면 가게에서 처음 내주는 간단한 안주거리로 보면 되는데 문제는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이 문화를 모르는 외국인이라면 다른 음식과 술을 시켜 먹다가 나중에 결제할 때 금액이 잘못되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전에 유튜브에서 어느 한국인이 후쿠오카에 여행와서 나카스의 한 실내 이자카야를 방문한 영상을 본 적 있다. 주인장이 불친절하고 요리 맛이 별로인 점은 그렇다 쳐도 이 유튜버는 오토시가 포함된 가격을 몰랐던 지라 결제 금액을 놓고 주인장과 크게 다투었다. 다행히 옆 테이블에 있던 다른 한국인 여행자가 알려줘서 어찌어찌 잘 넘어가고 결제도 마치고 가게를 나올 수 있었다. (주인장은 가게에 외국 여행자가 많이 온다면 벽에 영어나 다른 외국어로 안내문이라도 붙이는 게 좋지 않을까..)
오토시는 일종의 자릿세 개념으로 보는 것이 좋다. 일본 사람도 오토시를 원하지 않으면 미리 가게에 미리 이야기한다고 하는데, 자릿세 개념으로 오토시가 포함된 곳에서는 같이 계산해야 한다는 것 같다. 만약 일본 여행 시 이자카야에서 오토시를 원치 않는다면 꼭 이야기하고 만약 안 된다는 답변을 받으면 일본 문화의 특징으로 받아들여야 마음이 편할 것이다.
끝으로 일본에는 이자카야와 관련해서 ‘사다리 한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2차, 3차를 가듯이 일본에도 2, 3차를 가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이걸 일본어로 표현하면 ‘사다리를 한다(梯子をする)’라고 한다. 다양한 술과 음식을 맛보거나 사람들과 깊은 교류를 원하는 등 이유는 다양하겠는데 용어는 달라도 사람 사는 모습은 가까운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