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신의 허락하에 궁극적으로 창조한 생물, 불합리한 배심원의 판결을 통해 달라지는 삶, 병원 부원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남자, 대학 동창의 결혼식에 축의금 1억을 보낸 진정한 이유 등 각자의 사연과 상황이 얽힌 21편의 초단편 모음 소설집

발행 – 요다(2018)
페이지 – 336p
<행복 상한제>
홍혜화는 5년 사귄 남자 친구를 빼앗은 친구 임여우의 결혼식에 갔다가 허탈한 감정만 느끼고 돌아온다. 결혼식을 망칠 용기도 없던 자신에게 후회하며 집으로 가던 그때, 갑자기 양복 차림의 남자가 나타나 불공평한 인생의 균형을 맞춰주겠다며 제안한다.
미심쩍어하며 찾아간 사무실에서 남자는 ‘행복 상한제’에 관해 설명하는데. 즉, 사람마다 100점 만점의 행복 상한 점수가 있고 신청자는 지정한 대상자를 자신의 행복 점수보다 행복해질 수 없게 만드는 서비스였다.
1인당 300만 원이라는 거금에도 홍혜화는 얄미운 임여우를 지정했고, 곧 다른 친구로부터 그녀에게 파혼에 이어 불행한 일이 차례로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즉각적인 효과를 경험한 홍혜화는 음흉한 미소를 띠며 새로운 대상을 지정해 가는데.
<마법의 주문을 가진 청년>
‘죽어버린다’라는 말 한 마디면 부모는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온다. 외우기만 하면 돈이 나오는, 마치 마법의 주문을 가진 청년은 늘 이런 식으로 돈을 구해 도박과 유흥비로 탕진할 따름이었다. 헌데, 베란다에 올라가서 뛰어내리는 척을 하며 주문을 외우던 청년은 발이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다.
지면과 충돌할 예정이던 청년을 구한 것은 시간을 지배하는 사내였다. 갑자기 나타나 시간을 멈춘 사내는 청년에게 20년 전 부잣집에 입양되는 선택지를 제시하는데. 잠시 앞뒤 조건을 따지던 청년은 환생을 선택하고 사내의 말대로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지만, 새 부모의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되는데.
소설 리뷰
작가의 초단편 모음 소설집(1~9)은 저마다 실린 작품끼리 비슷한 성격이나 주제가 있다. 이번 소설집 5는 등장인물의 복잡한 동기나 상황에 의해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느낀다.
<작은 쓰레기가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야기에서는 서로에게 원한을 복수하려는 정재준과 홍혜화가 등장한다. 둘의 복수극은 1인칭 화자인 나, 최무정을 통해 서술되는데 알고 보니 세 명에게는 더 큰 내막이 있었다.
복수의 동기와 치밀한 준비를 잘 보여준 다른 이야기로는 <범죄 유전자>를 꼽을 수 있다. 언젠가 모든 사람에게 범죄 유전자가 있고 그 수치가 높을수록 범죄 충동을 느끼기 쉽다는 사실이 사회에 적용된다. 이에 실제 재판에서도 유전자 수치를 기준으로 감형의 기준이 결정되는데.
아내에게 몹쓸 짓을 한 피고가 이 수치를 근거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에 대단히 분노한 주인공은 결국 자신만의 복수 방법을 실현하는 데 성공한다. (어째서 주인공의 유전자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인지는 의문이다)
한편, <정선 카지노로 향하는 길에>는 이번 소설집 5에 나오는 감동적인 이야기 중 하나라고 느꼈다. 카지노에 중독된 최무정은 딸의 만류에도 빚까지 내서 정선으로 향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개과천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애초에 도박에 중독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마음속에는 딸이 원하는 모습이 남아있었고 곧 현실의 변화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결론적으로 이번 소설집 5는 설정과 전개가 단조롭거나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흥미진진한 내용이 적지 않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