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 리뷰 – 이희진 소설집

자몽러

04/12/2026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 리뷰 – 이희진 소설집

인류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간이 플라스틱으로 변해서 죽는 시대를 맞이한다. 누군가는 전염병으로 애인을 잃고, 누군가는 가족의 시체와 동거하는 등 팬데믹 상황 해결을 고심하는 사회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단편 이야기 4편 모음집


발행 – 씨엘비북스(2023)
페이지 – 294p

언제부턴가 세상에는 사람들의 몸이 서서히 반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변해 버리는 전염병이 대유행한다. 병의 원인이나 감염 경로가 미지수인 점도 공포스러운데, 굳어버린 사람들의 시체를 처리하는 것도 고역이다.

플라스틱이 된 몸은 체내 장기나 뼈가 증발한 것인지 가볍고 악취도 나지 않지만, 플라스틱답게 썩지 않아서 어디 묻는 것도 불가능하다. 급기야 정부는 플라스틱 시체를 갈아서 재활용하는 법을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꺼림직한 반응이다.

소설집에는 이런 플라스틱 팬데믹 시대를 사는 네 명의 주인공 이야기가 나온다. <죽은 여인의 초상>에서는 시체가 된 남자 친구의 전염병 연구 흔적을 쫓는 나영이, <악취>에서는 남편이 집에 모셔 온 시어머니의 시체를 두고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주부 수진의 사연이 나온다.

나머지 두 이야기 <역 피그말리온>과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에는 산 사람을 일부러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다소 강렬한 장면이 나온다. 전자는 슬프고 후자는 분노한 사연인데,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플라스틱 전염병이라는 소재는 책이 나온 2023년 코로나 팬데믹 시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다음 팬데믹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을 텐데, 그런 상황을 가정한 인간군상의 모습과 전체 이야기 전개에 설득력이 있었다. (인류가 플라스틱 사용을 멈추지 않는 이상,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을까)

다만, 네 주인공이 모두 선량한 여성이고 세 편 이상 이야기의 빌런이 남성이라는 설정은 너무 일방적이라서 와닿지도 않고, 소설로서의 매력도 심각하게 떨어진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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