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도심 한가운데서 나타나 모든 것을 부수는 빛의 기둥, 궁금한 사람에 관해 자세히 알려준다는 수상한 크레파스샵, 누르면 돈을 챙기고 사람은 죽는 버튼, 인류를 지배하는 외계인과 해방하는 외계인, 타고난 가해 총량만큼 찌르고 돈을 얻는 볏짚 인형 등 선택이 가져오는 기발함을 보여주는 22편의 초단편 모음집

발행 – 요다(2021)
페이지 – 264p
<인스타그램 암호 지령>
주인공 나는 어느 날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풍경 사진 일색의 글이 올라오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알게 된다. 계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게시물마다 적힌 몇 개의 문장의 어절을 조합하면 나오는 숨어 있는 의미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마치 지령과도 같은 메시지는 이전 글에서도 예외는 없었기에 나는 확신했지만, 누가 누구에게 보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얼마 뒤, 출근한 회사에서는 동료들이 인기 기상캐스터 홍혜화의 의상을 두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보니, 그녀의 일상은 수상한 계정이 내리는 지령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 않은가. 놀란 나는 고민 후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곧 지령을 계기로 가까워진다. 그러다 하루는 홍혜화로부터 초대받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마는데.
<이상한 미용실>
꿈에서 미용실에 방문한 소녀는 미워하는 사람에게 나쁜 소문을 퍼트려 준다는 이상한 주인을 만나 원하는 내용을 말하게 된다. 주인은 거울을 보고 앉아 있는 손님들에게 무언가 속삭였고, 소녀는 기괴한 이들의 얼굴에 놀라 꿈을 깬다.
하지만 학교에 와보니 나쁜 소문은 사실이 되어 친구는 도둑으로 몰리게 된다. 확실한 효과를 경험한 소녀는 이후로도 주변에 미운 사람이 있으면 미용실을 찾았고 그런 생활은 대학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처음에는 순조롭던 소녀도 사람들로부터 소문의 근원지로 의심받는 날이 오는데, 다시 미용실을 찾은 소녀는 결단을 내린다.
소설 리뷰
작가의 열 권 소설집 시리즈 마지막인 이 책은 밸런스 게임이라는 제목처럼, 삶의 절체절명의 순간이나 일확천금을 얻는 기회 등 앞에서 고민하고 선택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많다. 각자 처한 상황과 배경이 다르다 보니 선택 역시 다양한데, 작은 결정이 불러오는 나비효과는 때로 태풍이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가해 총량’에서는 주인공 김남우가 우연히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고 공원 노신사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렇게 찾아간 신사는 볏짚 인형을 보여주며 찌르는 부위에 따라 10만 원에서 1억 원을 말했고, 누군가에게 적용된다고 알려주었다. 김남우는 잠시 고민 후 실행에 옮긴다.
갑자기 큰돈을 만져 신난 김남우는 다시 인형을 찌르다가 자신의 가해 총량이 바닥났다는 사실을 알고 낙담한다. 동시에 그에게는 예상치 못한 불행이 찾아오는데, 이 작품의 결말은 단순히 ‘나쁜 일을 하면 벌받는다’와 같은 인과응보 식보다 신선해서 재미있었다.
그 외에도 기상천외한 능력을 얻은 작가가 자신의 삶을 바꾸는 ‘사라져라’, 뽑은 카드의 앞뒷면 숫자만큼 나와 상대의 행운과 불운이 반비례하는 ‘미워하는 마음’이 좋았고, 냅킨 한 장이 간절한 사람을 이어주는 ‘쓸모없는 냅킨’은 밝은 결말이어서 인상적이기도 했다.
또한 자세히 언급하지 않은 작품들도 인물들의 선택지와 그 결과에서 오는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사실 분량이 짧아서 아쉬울 때도 있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한 권의 소설집에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점은 초단편이 주는 장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