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리뷰 – 김동식 소설집 9

자몽러

03/06/2026

문어 리뷰 – 김동식 소설집 9

갑자기 나타난 좀비를 활용하는 인류, 소유자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안드로이드 로봇, 인공지능의 지배를 대비하는 인간들, 약자 문명을 만났을 때의 모범 사례, 사용자가 설정한 중독성에 따라 맞춤 게임을 만들어주는 인공지능 등 AI, 로봇, SF 요소들로 가득한 초단편 이야기 모음집


발행 – 요다(2021)
페이지 – 256p

<추억과 현실>
결혼 후 매달 집에 생활비를 벌어다 주는 가장 김남우는 게임기 하나도 마음대로 못 사게 하는 아내 홍혜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권태로운 결혼 생활에 지쳐있던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스스로 웬 알약 장수를 찾아온 게 아닌가. 평행 세계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신과 동시에 알약을 먹으면 서로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말에 김남우는 100만 원이라는 거액을 건넨다.

다행히 하얀 방에서 눈을 뜬 김남우는 다른 지구에서 온 김남우들을 만나는 데 성공한다. 김남우들은 희한하게도 자신이 경멸하는 아내 홍혜화와의 결혼을 갈망하고 있었다. 이들과 대화를 마친 원조 김남우는 결국 다른 김남우와 차원을 교환하는데, 그곳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복제 인간 선정의 기준>
인구 저하에 시달리던 지구의 인류는 급기야 인간 복제 기술을 보편화하기에 이른다. 단, 그 대상은 범죄자 한정이었고 사회 시스템은 새로 태어난 인간을 선량한 방향으로 이끌었고,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사람들도 점점 이들을 좋아하고 받아들였지만, 반대로 원본 인간을 향한 시선은 차가워져만 갔다.

최무정도 그런 원본 인간 중 한 명이었는데, 어느 날 밖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 중이던 복제 최무정을 발견하고는 분노가 극에 달한다. 그렇게 원본 최무정은 복제의 집까지 따라가 복제를 결박하고는 여태 받은 설움과 앞으로의 계획은 늘어놓는다.


소설 리뷰

작가의 아홉 번째 소설집인 <문어>는 SF 요소가 적용된 초단편 이야기가 많았다. 현실에서 각종 외계인이 나타나거나 알 수 없는 현상 등 초현실과 만나거나 아예 배경이 우주로 나갈 때도 있었다.

그중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눈에 띄었는데, 시간은 걸리더라도 결국 현실로 다가올 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비슷한 맥락에서, 작가의 AI 주제 소설집인 ‘보그나르 주식회사’도 추천할 만하다.

먼저 ‘나 대신 출근하는 공치열’에는 구매자 대신 구매자와 똑같이 생긴 로봇이 대신 회사에 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로봇이 삶을 편하게 해주는 단순함 너머로, 쉬기만 해서 나태해지는 오리지널 인간의 모습은 현실적인 느낌이라 재미있었다. 이 정도 기술이 유행하는 미래에서라면 정말로 인간의 로봇 의존도가 높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소설집 제목인 ‘문어’에서는 안드로이드 로봇을 만드는 할아버지와 가족이 등장한다. 할아버지는 손주에게 특별한 사연이 담긴 로봇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로봇 제작을 의뢰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라는 설정이 좋았다. 자의식을 가진 주체적인 인공지능과 로봇도 언젠가 지구에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그 밖에도 인간이 웜홀의 뜻을 완벽하게 오해하는 ‘웜홀의 선물’, 극비 화물을 운송하는 ‘의심의 화물 우주선’, 민폐 외계인이 나오는 ‘보그나르 은하 면책권’도 설정과 내용은 재미있었다.

반면, 주인공이 꿈에서 박물관에 들르는 ‘인생 박물관’은 이족보행 생물체와 리모컨 설정이 와닿지 않았고, 모든 생물이 인간을 적대하는 ‘인간은 규칙을 어겼다’는 너무 평범한 전개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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