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이 있었다 리뷰 – 이시우 괴기 소설집

자몽러

02/24/2026

넷이 있었다 리뷰 – 이시우 괴기 소설집

얼굴에 흉터가 있는 아파트 아래층 여자를 구하려는 기사 남자, 수상한 동호회에 가입하게 된 권태에 빠진 중년, 시간을 넘어 만난 초월적인 존재, 자신을 따라오는 무언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숫자와 시간 세기 등 기괴하고 신비한 14편의 이야기 모음집


발행 – 황금가지(2022)
페이지 – 380p

주인공 나는 어느 날, 자정에 가까운 시각 집에서 중학교 2학년 아들이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방으로 뛰어간다. 아들 방 창밖으로 보이는 신축 아파트 중간층의 베란다에는 외모와 옷차림이 판박이인 4명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문 너머의 4명은 그날부터 어김없이 우리 집을 바라보았고, 점점 아내와 딸, 아들의 상태가 이상해졌다. 급기야 건너편 4명이 한 명씩 집으로 건너와 가족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불안해한다. 마침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 달라는 전단을 발견하고 전화기 버튼을 누르는데..

위 내용은 책 제목인 ‘넷이 있었다’의 일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소설집에서 이 이야기를 포함해 아쉬운 작품이 많았던 것은 다름 아닌 ‘공포’를 다루는 방식에 있다.

코스믹 호러(Cosmic Horror)는 인간이 맞설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 앞에서 느끼는 공포물 장르이다. 이 책에서 그런 존재는 대표적으로 ‘넷이 있었다’의 남자 네 명이나 ‘종로의 개’의 낮도깨비, ‘초월’의 ‘그’ 존재, ‘내가 열지 않았어’의 사당, ‘신입사원’의 ‘꿈꾸는 자’가 나온다.

문제는 갑자기 나타난 공포의 대상에 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 ‘넷이 있었다’의 무당과 ‘종로의 개’의 할아버지는 주인공을 도와주겠다더니 막상 존재를 가까이 접하자, 자신은 감당 못 한다며 도망가는 같은 패턴을 보인다.

대상에 관한 시각적 비주얼이 있는 것도 아닌 소설에서 단순히 엄청나다는 식의 설명만 있어서,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에 잘 공감가지 않을 때도 더러 있었다.

또한 일부 작품에서 공포스러운 묘사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점은 너무 원초적이라고 느꼈다. 꼭 눈알을 뽑고 상처를 후비고 내장을 쏟는 묘사가 있어야만 공포 장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책에 눈알 관련 묘사만 세 번은 나온 것 같다) 오히려 ‘웃겨 봐요, 웃어줄 테니’ 이야기처럼 심리적으로 긴장감을 높이는 방향이 적절해 보인다.

한편, 소설집에는 뒤에 장편소설로 출간되는 <신입사원>의 초판본이 나오기도 한다. 작품은 비밀스러운 사무실에서 시계 보는 일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 이세일 군이 이곳의 비밀을 알게 되는 내용이다. 그런데 수십 년간 멀쩡히 일해온 선배 노인들이 신입사원이 들어오고 나서 갑자기 이상 행동을 보인다.

스스로 눈알을 뽑은 뒤 ‘내가 뭘 보았는지 아는가’라며 뽑은 눈알을 이세일에게 보여주는 노인의 묘사에서는 공포 장르인데 실소가 나왔다. 그 외 혼자 생을 마감하는 노인이나 손잡이를 두고 싸우거나 녹아내리는 노인 등 전개 방식이나 공포 대상에 관한 충분한 설명이나 묘사가 부족해서 아쉬웠다.

반면, ‘동호회’는 이 소설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이다. 단조로운 삶을 살던 중년의 안 부장이 우연한 계기로 한 동호회에 가입해 삶의 희열을 느끼는 이야기인데, 동호회 자체가 사회악이고 마지막 안 부장의 활동 장면과 묘사에는 역겨운 느낌도 남았다. 그래도 인물의 설정이나 동기, 내용 전개 등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높아서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공포 대상을 좀 더 구체화하거나, 징그러운 묘사 대신 심리적 긴장을 살리는 작품이 더 나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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