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가게를 습격하다 리뷰 – 무라카미 하루키

자몽러

03/20/2026

빵가게를 습격하다 리뷰 – 무라카미 하루키

배가 고팠던 주인공과 파트너가 빵가게를 습격하지만, 주인은 그저 클래식 음악을 듣는 조건으로 순순히 빵을 내놓는다. 이에 10년간 위화감을 안고 살아온 주인공이 다시 빵 가게를 털면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묘한 이야기


번역 – 김난주
발행 – 
문학사상 (2013)
페이지 – 
78p

이 책은 주인공이 빵집을 두 번 터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먼저 음식이 떨어져 이틀간 물만 마신 주인공과 그의 파트너는 몹시 배가 고픈 상태였다. 그래서 부엌칼을 챙겨 무작정 어느 상가의 빵 가게로 들어간다. 마침, 가게 안에는 아주머니 손님 한 명이 이것저것 빵을 고르고 있었고 그 시간은 마치 영겁과도 같았다.

빵을 다 고른 손님이 나가, 주인공과 파트너는 가게 주인에게 빵을 먹고 싶지만, 돈은 없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런데 배고프면 그냥 먹으라는 주인의 반응은 이들에게 전혀 예상 밖이었다. 자신들도 엄밀한 강도인데 아무 대가 없이 빵을 내주는 건 뭔가 어긋나지 않느냐며 말이다.

신세를 질 수 없다는 이들은 주인이 저주를 건다느니, 그건 싫다느니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결국 주인이 좋아하는 바그너의 클래식 음악을 듣고 빵을 먹는 것으로 합의했다.

나쁜 짓을 하러 왔기 때문에 신세는 지기 싫다는 강도라니 아주 재미있게 웃기는 내용이라고 느꼈다. 여기서 두 번째 빵집을 터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10년 전 배 터지게 빵을 먹은 주인공은 여전히 그날의 위화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원래 하려던 강도 짓이 바그너의 음악 감상으로 바뀐 것은 과연 동등하게 치환되는 조건인가. 뭐, 대충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날, 잠자리에서 자정 무렵 눈을 뜬 주인공은 자신과 동시에 일어난, 2주 전 결혼한 새로운 파트너와 상당한 허기를 느낀다.

집에는 마땅히 먹을 것이 없었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끝에, 주인공은 문득 10년 전 빵 가게 습격 일을 말해버리고 만다.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던 파트너는 주인공을 밖으로 이끌었고, 둘은 야심한 시각 빵집 대신 어느 맥도날드에서 빅맥 버거를 잔뜩 털어온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직원들에게 산탄총을 겨누고 ‘진짜 나쁜 짓’을 하는 데 성공한다. 그렇게 주차장에서 파트너와 정신없이 빅맥을 먹던 주인공은 10년간 이어져 온 위화감이 해소되는 것을 느끼고 소설도 막을 내린다.

새로운 파트너의 주도로 맥도날드를 터는 전개나 주인공이 10년 전의 마음을 털어낸다는 설정은 과장되면서도 웃기고 묘하다는 느낌이었다. 찜찜하게 허기를 채운 값을 훗날 비슷한 일에서 치른다는 발상도 재미있었는데, 어쩌면 작가가 허기를 느낄 때 떠올린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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