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우어 리뷰 – 천선란 소설집

모우어 리뷰 – 천선란 소설집

언어를 포기하고 감각으로 소통하는 인류, 인공지능의 신경망에서 사라진 사람들, 의식 전이가 되어 원치 않는 범죄에 말린 주인공 등 일상과 미래를 배경으로 초능력이나 외계인, 인공지능과 같은 SF 요소가 등장하는 8편의 단편 이야기 모음집


발행 – 문학동네(2024)
페이지 – 324p

소설집에는 다양한 상황에 부닥친 등장인물들이 희망, 꿈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느낀다.

첫 이야기 ‘얼지 않는 호수’에서는 얼어버린 세상에서 파수꾼을 자처하는 그녀가 죽은 친구의 심장을 소중히 간직한 소년 야자를 만난다. 야자는 얼지 않는 호수에 심장을 가져가면 나중에 친구가 부활한다고 알려주었는데, 그녀는 정말로 그런 호수가 있는지 궁금해한다.

어쩌면 인류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야자는 정말 있을지 알 수도 없는 호수의 존재를 강하게 믿는다. 그래서 작품은 차갑고 따뜻한 색감이 선명하게 대비되는데, 마지막 그녀의 행방 뒤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다음으로 2050년대 미래에서 안드로이드가 인간을 대신해 시체를 염하는 ‘뼈의 기록’이 인상적이었다. 로봇 로비스는 이곳에서 오래 일한 할머니 모미의 마지막 순간을 배웅하는데, 우주를 꿈꾼 그녀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주를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안드로이드가 그런 사고를 한다는 점과 결말 장면이 애틋하고 신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편, ‘서프비트’는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다. 물속에서 숨 쉬는 능력을 발견한 6살의 주영은 국가가 관리하는 비밀스러운 하우스로 보내진 후 비슷하게 초능력을 쓰는 아이들을 만난다. 이후 밤눈이 밝은 고아 도영을 만났고, 부모님의 관리자 설득 후 둘은 집으로 와 형제처럼 성장한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비등록 능력자인 유태이가 나타나는데, 그의 능력을 이용해 범죄를 벌이던 무리에게 쫓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도영이 죽고 마침내 주영은 능력을 각성해 하우스의 주요 프로젝트 대상이 된다.

작품의 설정과 전체적인 전개 방식이 좋았고, 마지막 주영의 변화를 계기로 반전되는 희망적인 상황도 인상적이었다. 전에 읽은 작가의 <천 개의 파랑>와 비슷한 결말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할까.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작품만 빼서 살을 붙이고 장편으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반면 ‘사과가 말했어’, ‘입술과 이름의 낙차’는 설정이나 내용 전개가 잘 와닿지는 않았고, 안드로이드 이야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여성 주인공이 중심이었다는 점도 소설의 다양성 면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던 점은 소설집 <모우어>의 매력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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