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뒤면 지구가 예정대로 소행성과 충돌해서 소멸하는 데도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그야말로 종말의 바보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현실에서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우리는 각자 어떤 종말을 맞이할 것인가.

원제 – 終末のフ-ル (2006)
저자 – 이사카 고타로
번역 – 김선영
발행 – 현대문학 (2015)
페이지 – 380p
사람들의 평온하던 일상은 8년 전, 소행성과의 지구 충돌 뉴스로 인해 무너져 내린다. 세상은 곧 무법지대로 변하면서 주변에는 각종 범죄가 만연하고 종말의 충격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5년이 흘러 앞으로 지구의 유효기간도 3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일본 센다이 시의 힐즈 타운에는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다 커버린 딸과의 해묵은 감정을 정리하는 노부부, 임신한 아이의 출산을 고민하는 젊은 부부, 스스로 떠난 아버지의 서재 안 모든 책을 읽은 자녀,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매일같이 체육관에 나와 운동하는 전 프로 복서, 멸망의 순간을 지켜보겠다며 집 옥상에 망루를 짓는 아버지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들..
이들은 다가오는 종말 앞에 나름대로 저항하며 남은 삶에 충실하면서 원하는 목표를 추구한다. 물론 뉴스가 나오기 이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지만, 그저 꿋꿋하게 하루하루 살아갈 따름이다. 무엇을 해도 3년 뒤면 모든 것이 끝나는 상황에서 마치 바보 같은 모습이라고 할까.
소설 리뷰
작품 제목만 봤을 때는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와 같은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나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소설은 종말이 가까운 지구에 사는 일본 센다이시 힐즈 타운 주민들의 평범한(?) 일상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각종 범죄나 폭동이라면 이미 지난 5년간 많이 일어난 설정이다. 그래서 소설 전체 분위기도 본문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일종의 소강상태이고, 8편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도 현실 속 흔한 이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정말 현실이 이렇다면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아마 세상 사람은 크게 세 분류로 나뉘지 않을까 싶다. 먼저 주요 등장인물들처럼 우직하게 사과나무를 심거나, 그들의 일부 가족처럼 체념하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폭도가 되어 무법을 즐기며 살거나.
어떻게 보면 철학적인 주제와도 연관돼서 소설의 재미와 별도로 유익하기도 했다. 다만, 소설로서의 재미는 이사카 월드 작품 목록에서 좀 떨어진다고 느꼈다.
먼저 20여 년 전 작품이라 인터넷에 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은 그렇다 쳐도, 세계관이 너무 평화로운 것이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졌다. 물론 멸망 앞에 놓인 인물들의 내적 고민과 행동에는 공감이 갔지만, 당연하게 예상되는 자원 고갈 같은 상황 설정에 관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지루한 느낌마저 들었다.
멸망의 영향으로 자포자기하거나 궁지에 몰린 인간군상이 개판을 만드는 모습을 작가 특유의 퍼즐 구성을 더해서 만든다면 스토리는 훨씬 더 재미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