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 SF 소설 무너진 다리 리뷰 줄거리 감상 정보

SF 아포칼립스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는 사람들이 전쟁이나 기후 변화로 살기 어려워진 지구를 떠나 우주 행성을 개척하는 내용이다. 소설 <무너진 다리>는 서기 2090년 경 제2의 정착지 행성인 ‘가이아’로 떠나는 인류의 계획이 실패한 뒤 다시 지구로 돌아와 일어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전체 이야기에는 인간, 우주, 우주 비행도 등장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지능을 갖게 된 안드로이드의 존재가 큰 중심에 있다. 몇 년 전, AI 서비스가 상용화된 이래 4차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정교한 인간형 로봇도 나오고 있는 요즘 지구 상황에서 읽어보면 재미있고 유익한 소설이라고 느낀다.


저자 : 천선란
발행 : 그래비티북스 (2019)
페이지 : 552p

우주 비행사 아인은 인류의 희망을 태운 우주선 ‘펄서’를 타고 ‘가이아’ 행성 개척을 위해 먼 길을 떠난다. 하지만 운석과의 충돌로 우주선이 파괴되면서 아인은 구조선에 태워진 채 지구에 복귀하여 사망 판정을 받게 된다.

그러던 중 중국과 러시아가 가이아 개척을 위해 또 다른 우주선을 띄웠지만, 엔진 고장으로 아메리카 대륙으로 추락했고 이 여파로 아메리카는 잿빛 폐허의 대륙이 되어 버린다. (우주선이 얼마나 크길래) 조사에 따르면 아메리카는 이미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는데 그렇다고 가이아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결국 인류는 아메리카를 청소해서 다시 개척하기로 한다.

그런데 청소를 위해 투입된 다량의 안드로이드 로봇이 통신 두절이 되는 일이 발생한다. 또한 대륙 안쪽으로부터 이상한 신호가 감지되었는데, 결국 연구팀은 죽었다가 부활한 아인을 단독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파견하기로 한다.

분명히 아인은 우주에서 죽은 상태로 지구에 돌아온 것이 맞다. 하지만 아직 그의 뇌와 신체 일부가 살아 있었고 수술을 마친 끝에 뇌는 그대로, 신체는 안드로이드에게 이식한 인류 최초의 로봇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인은 연구팀과 교신하며 인간은 발조차 디딜 수 없게 된 아메리카 대륙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머지않아 앞서 파견된 안드로이드들을 만나게 되는데 곧 그들을 통솔하는 리더의 존재와 그들이 사라진 이유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예상 못 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무너진 다리 감상

소설의 배경 시기인 2090년은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시기이다. 그때가 오면 전쟁이나 기후 변화 같은 원인으로 지구는 지금보다 더 황폐해질 지 모르겠다. (아니면 새로운 가치관이나 기술이 나와서 전쟁을 없애고 환경은 더 좋아지거나)

요즘 나오는 AI 기술과 로봇을 보면 2090년에 나올 AI와 로봇이 정말 소설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정교하게 진화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왠지 미래에 관한 막연함이 느껴지는 기분도 든다. 왜냐하면 소설에서는 안드로이드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모습이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AI의 이성과 사고가 발달하면 언젠가 자신의 존재 근원에 관해 스스로 질문하는 단계에 이를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영화 <매트릭스>의 로봇처럼 인간을 적대시하고 나아가 지배하려는 수준까지 갈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어디까지나 SF적인 발상이고 또 <매트릭스>처럼 고도로 발달된 로봇 기술이 나오려면 아직 한참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무너진 다리>에서 ‘스스로 사고하는 로봇’의 존재를 묘사한 것은 괜찮은 시도였다고 느낀다. 해마다 발전하는 AI 기술을 생각했을 때 로봇의 진화와 상용화는 정말로 일어날 근미래 일이라고 본다. 따라서 인류는 어떻게 AI·로봇과 공생하면서 살아갈지 생각해 봐야 하는 순간이 꼭 올 것 같다. 그 방향성에 따라 인류는 더 편한 삶을 누리거나 반대로 소설에서처럼 인류의 기준에서 다소 암울한 미래가 찾아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한편, 작품의 소재를 떠나 재미의 측면에서 평하자면, 소설 초반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많고 복잡해서 조금 산만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인물이 누구더라..?’라고 생각하면서 첫 장으로 돌아가 인물 설명을 읽을 때가 몇 번 있었다.

그리고 죽었던 아인이 로봇으로 깨어나는 장면에는 이성적으로는 공감했지만, 감성적인 공감은 어려웠다. 뭐랄까, 보통 사람이 이런 일을 겪으면 놀라서 기절이라도 할 법한데, 아인은 너무나 평온하게 새 몸에 적응하는 모습이었다고 할까. 인물의 내면 심리나 갈등 묘사는 있었지만, 다소 부족한 느낌이었다.

소설의 전개 측면으로는 여러 이야기가 교차 진행되는 것은 좋았는데 인물과 상황 묘사에 좀 더 긴장감이 있었다면 아포칼립스 SF 소설로 완벽했을 것 같다. 로봇으로 부활한 아인도 그렇지만,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묘사나 상황이 위험하다는 느낌이나 긴장감이 부족해서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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