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포함한 다른 생물이나 기계 인물이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8편의 단편 이야기 모음집. 지구 또는 지구 밖 어딘가에 있는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다른 상황에서 각자 정의한 유토피아를 찾고 있다.

저자 – 정보라
발행 – 래빗홀 (2025)
페이지 – 372p
* 2025 필립 K. 딕상 최종후보작
* 2024 <타임> 선정 올해의 책
이 책은 2021년 <그녀를 만나다> 제목으로 나온 책을 개정하여 2025년 새로 출간한 단편 이야기 모음집이다. 책 제목인 <너의 유토피아> 외 7편의 이야기는 인간·생물·무생물, 지구·우주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가의 독자적인 상상력을 펼쳐가고 있다.
8편의 이야기는 저마다 개성과 설정이 다르지만, 등장인물들이 ‘유토피아’를 찾는다는 공통의 주제가 관통하고 있다. 서로 다른 환경과 시대 배경에서 누군가는 투쟁하고, 누군가는 생존을 모색하고 또 누군가는 일상을 위한 안식처를 찾고 있다. 흥미롭게 읽은 이야기 3편만 뽑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먼저 <여행의 끝>에서는 지구 전체에 ‘전염병’이 돌아 ‘노아의 방주’ 프로젝트를 가동한 인류가 등장한다. 각종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은 새로운 문명과의 만남이나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우주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예상 못 한 일이 발생하면서 우주선은 아수라장이 되는데, 끝까지 남은 인물들은 유토피아 탐색을 멈추지 않는다.
다음으로 <아주 보통의 결혼>은 우연한 계기로 지영과 결혼한 선혁이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사건의 발단은 선혁이 새벽에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지영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평소에도 주변에 자주 전화하는 아내였지만, 뜬금없이 새벽 시간대 전화라니. 결국 선혁은 아내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지만, 그보다 더 큰 반전을 겪고 일상생활에 충실해지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One More Kiss, Dear>은 자의식이 있는 첨단 아파트가 5305호 입주자를 관찰하는 내용이 전개된다. 모든 거주자는 입주 시 자신과 아파트 건물을 동기화하는데, 이를 통해 아파트는 거주자의 생활 패턴이나 건강 정보 등을 파악해서 적절한 서비스나 정보 등을 제공한다. 아파트는 특별한 5305호 입주자에 관심을 가졌고, 그녀의 길지 않은 입주 생활을 관찰하며 상념에 잠긴다.
현실의 사람들도 각자만의 환경과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평온하겠지만, 반대로 누군가는 치열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단편 모음집 <너의 유토피아>는 개성 넘치는 SF 이야기 속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도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기나 위로를 건네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여담으로 정보라 작가의 소설집을 몇 편은 읽었는데, 일부 작품에서 문장 묘사에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
‘그리하여 이 위로인지 욕인지 모를 오타 지적을 여섯 번에 걸쳐서 들은 끝에 마지막으로 D 이사님이 구석에 잔뜩 웅크리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을 무렵에는 완전히 주눅이 들어버려서, D 이사님이 김 과장 너 나 좀 따라와, 라고 했을 때는 드디어 짤리는구나, 라고 마음의 각오를…(중략)’ <영생불사연구소> 中
‘이번에는 간병로봇이라고 정면 인터페이스를 파스텔 분홍색으로 설정한 그 정신머리가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경찰은 간병로봇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었고 내가 처음에 동영상에서 댓글을 발견하고 발작을 일으킬 뻔했을 때 찾아왔던 경찰과 모르는 사람 한 명이 같이 왔으며…(중략)’ <그녀를 만나다> 中
그건 때로 이렇게 긴 문장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단순히 문장만 긴 것이 아니라 잔뜩 설명을 늘어놓는 모습이 무슨 만담 같기도 하고 또 적절하게 상황이나 인물의 생각을 묘사하고 있어서 한 마디로 재미있고 매력 있다. (전에 읽은 작품 중 <여자들의 왕>에 나오는 기사, 공주, 드래곤의 이야기에서도 이런 방식의 묘사가 나왔고 내용 자체도 무척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이런 특유의 긴 문장을 통한 인물의 생각과 상황 묘사는 <그녀를 만나다>의 주인공인 120살에 가까운 억척스러운 할머니 캐릭터와 매우 잘 맞아떨어진다고 느꼈다. 할머니가 왜 그렇게까지 ‘그녀’를 만나려고 했는지 명확하지 않은 점은 아쉬웠지만, ‘그녀’를 만나기까지의 과정과 묘사 방식이 재미있었고, 결말에서는 따뜻함도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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