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전문적인 직업을 생각하던 참에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알게 되었다. 먼저 외국어를 사용하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올바른 한국 문화와 역사를 안내하는 민간 외교관으로 활동한다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전하였다.
아래는 원서 접수를 위한 일본어 시험 준비부터 필기, 면접시험 공부 과정과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내용을 작성하였다.
1. 일본어 시험

자격증을 알게 된 것이 연초였고 원서 접수는 그해 7월에 있었다. 접수를 위해서는 우선 외국어 시험 성적을 준비해야 했다. 당시 외국어라면 혼자 취미로 일본어를 JLPT 1급 교재까지 공부한 적이 있기는 했다. 몇 년 손 놓고 있었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느껴서 연중 시험이 많은 JPT를 선택했다.
JPT는 영어의 토익처럼 듣기와 독해로 구성된 990점 만점의 시험이고 공인 성적 기준은 740점이다. 사실 일본어가 오래간만이었고 JPT 응시 경험도 없어서 점수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한 것 같다. 공부는 마을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서점에서 구매한 교재를 봤는데, 과연 모르는 한자와 단어가 많이 보였다.
그래도 계속 공부했더니 느낌이 오는 것 같아서 2월 시험에 바로 응시했지만, 아쉽게도 720점대가 나와서 실패였다. 만약 이대로 7월까지 성적이 안 나오면 꼬박 1년을 기다려야 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달 정도 열심히 공부했고 다음 달인 3월에 시험을 봤더니 다행히 760점대가 나와서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2. 필기시험 준비
외국어 성적을 만들었으니 이제 9월에 보는 1차 필기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사실 2차 면접 준비도 같이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당장 필기 4과목 분량이 많다고 느껴서 필기시험만 생각하기로 했다. 시험은 과목당 25문제가 나오고 4과목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다만, 한 과목이라도 10문제(40%) 이상 맞히지 못하면 과락으로 탈락하니 주의해야 한다.
시험 준비는 구매한 과목별 교재를 번갈아 보면서 이해 범위를 넓혀나갔다. 이중 점수 비중이 40%로 높은 국사에 시간 배분을 많이 했지만, 다른 과목도 과락이 나오지 않도록 꾸준히 공부했다. 그렇게 3개월 정도가 지나고 원서 접수를 마쳤을 때, 각 교재 내용은 많이 익숙해졌고, 연습문제도 거의 다 풀어보게 된 것 같다.
추가로 국사는 EBS 수능 국사 강의를 찾아보면서 교재에 없는 역사 지식을 보충했다. 그리고 관광자원해설은 국내 문화재나 여행지부터 국보, 보물, 축제 등 범위가 넓다고 느껴서 한국관광공사 같은 홈페이지에 들르기도 했다.
그렇게 교재를 복습하고 온라인으로 필요한 내용을 습득하는 사이, 필기시험 날짜가 되었다. 당일 일찍 시험장에 도착한 다음, 자리에서 교재를 훑어봤고 2교시에 걸쳐 4과목 시험을 마쳤다. 그동안 준비를 열심히 했는지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이 나와서 시험장을 나오는 발걸음도 가벼운 편이었다.
3. 면접시험 준비
필기시험 합격 결과는 약 한 달 뒤에 큐넷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가채점하고 어느 정도 결과는 예상했지만, 그사이 느슨해져서 면접 준비는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그나마 잘한 게 있다면 일본 드라마를 보면서 언어 감각을 유지하는 정도였다고 할까.
그러다 막상 합격 결과를 확인하고 나니 이제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막막해졌다. 고민 끝에 일단 서점으로 가서 면접 대비 교재를 두 권 사 온 뒤 내용을 외우기 시작했다. 교재에는 국내 여행지나 문화, 역사 지식부터 가이드 지원 동기, 응급 상황 대처 등 유용한 내용이 일본어와 한국어로 나와 있었다.
한동안 교재 내용을 외우면서 준비했지만, 혼자 일본어로 말을 하려니 도무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건 그동안 일본어를 공부해 온 것은 맞지만, 회화 연습은 해본 적이 없었던 이유가 크다고 본다. 면접을 한 달 정도 앞둔 상태에서 도무지 답이 없다고 느껴서 결국 학원을 알아보고 등록하게 되었다.
학원 수강생은 예상보다 많았는데,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또한 원어민 선생님으로부터 답변 피드백이나 기출/예상 문제도 받을 수 있었고 일본어 회화 실력도 조금 더 나아졌다고 느껴서 좋았다.
학원에 가지 않을 때는 혼자 집에서 자료를 보고 답변 연습을 했는데, 잘 안되더라도 어떻게든 말을 해보려고 했다. 그리고 면접까지 열흘 정도 남았을 때부터는 학원 수업이 끝나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따로 모여 모의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니 지식도 보충하고 합격 의지도 다질 수 있어 좋았다.
4. 면접시험 불합격
정장을 입고 가방에 면접 자료 일부를 챙겨 면접장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응시자가 비슷한 옷차림으로 와서 대기하고 있었고 곧 담당자의 안내가 있었다. 얼마 뒤, 응시자마다 받은 번호 명찰을 가슴에 달고 앉아 있다가 번호가 불리면 면접장에 들어갔다.
가져온 자료는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가방에 다시 넣고 멀리 치워두었다. 대기실과 면접장 거리가 가까워서 먼저 들어간 사람들의 외국어 답변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는데, 조금씩 긴장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곧 번호가 불렸고 일어나서 면접장으로 이동했다.
기억에 이날 좋았던 부분은 면접관 세 분에게 인사하고 자리에 앉을 때까지이다. 앉자마자 첫 번째 질문이 들어왔는데, 내용이 거의 들리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고 대답해 버렸다. 시작부터 최악이라고 느꼈는지 더 긴장해서 심장박동이 빨라졌고 11월 늦가을인데도 식은땀이 흘렀다. 태어나서 이런 긴장은 정말로 처음인 것 같다. 그 모습이 애처로웠는지 면접관 한 분이 종이컵에 물을 떠다 주었지만, 물을 마셔도 도무지 긴장은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면접은 진행되었고 이날 총 10문제 정도를 질문받았다. 하지만 주력으로 준비했던 관광지나 문화재 관련 내용은 거의 한 개도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대신 SIT(특수목적 관광), FIT(개별 자유여행)과 같은 관광학개론 문제만 3문제 이상 나왔는데 하나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나마 가이드 지원 동기나 한국 관광 활성화 방법 같은 주관적인 질문에는 어찌저찌 대답했지만, 결론적으로 이날 절만이 넘는 문제에 대해 모른다고 답하거나 얼버무리고 시험을 마쳐야 했다. 당연히 시험장을 나오는 발걸음도 무거웠고 기분도 우울했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다시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갔다. 합격에 확신은 없었는데, 결과는 56점으로 4점이 모자라서 불합격이었다. 그래도 면접 직후 우울했던 마음은 좋아져서 다시 1년간 준비하고 재도전하기로 했다. 더구나 당해 면접 탈락자는 다음 해 필기시험이 면제라서 확실히 신규 응시자보다 부담도 적었다.
면접장에서 긴장한 나머지 답변도 잘 못 한 것 치고는 그래도 높은 점수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는 건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충분히 면접에 합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불합격의 결과는 쓴맛이었지만, 앞으로 1년간 일본어 실력과 관광 지식을 보충해서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