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TV를 들고 집으로 찾아온 피플들, 알 수 없는 계기로 2주간 아예 잠을 못 잔 주부, 무덤가를 같이 걷던 애인에게 기분 나쁜 품평을 하는 남자, 늘 남자에게 못된 짓을 당하는 동생에게 물의 소리를 들어보라는 언니 등 현실과 비현실의 몽환적 경계에 사는 인물들의 불안하고 긴장되는 단편 모음집

번역 – 김난주
발행 – 북스토리 (2014)
페이지 – 208p
이 책은 6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각 이야기는 서로 독립되었지만, 주인공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고독, 불안, 두려움 등의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공통 주제가 보이는 것 같다. 이야기의 배경은 현실적이면서도 작품에 따라 비현실적인 요소가 나타나 주인공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TV 피플’에서는 전자회사 직원인 ‘나’의 집에 언제부터인가 일요일마다 TV 피플 3명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보통의 인간보다 조금 작은 외형의 이들은 ‘타르푸, 쿠, 샤우스’ 같은 모호한 말을 하며 자신들이 가져온 TV를 나의 방에 연결해서 작동하는데.
얼마 뒤 피플들은 나의 회사까지 찾아와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어째 아내나 회사 사람들은 이들의 존재를 인식은 하면서도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그렇게 꿈속까지 찾아온 피플들의 행동은 대범해졌고 마침내 나의 존재까지 잠식해 버린다.
비현실적인 이 이야기에서는 결국 주인공이 결국 그들처럼 되어간다. 어쩌면 현실에 치인 주인공의 회피적 망상이라는 느낌도 드는데, 마지막의 다소 괴기스러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가노 크레타’에서는 늘 남성과 대립하는 여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사 풀린 설정 내용과 전개가 너무나 쉽고 빠르게 흘러가서 조금 어이는 없었다. 주인공 가노 크레타는 건축설계자격증을 가지고 화력발전소 설계를 하더니 부자가 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하지만 분량이 짧고 속도감 있게 읽혀서 전체 진행과 결말에는 피식하는 느낌이었다.
한편, ‘우리 시대의 포크로어’는 완전한 현실 기반 이야기이다. 성인 주인공 둘은 우연히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서 만나 식사한다. 그러다 한 명이 고등학생 시절 이후 러브스토리 회상을 이어갔고, 이야기의 결말에서는 애틋함과 허망함 같은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한순간에 묻어났다.
그 외 나머지 이야기도 저마다 개성 있다고 느꼈고, 모두 단편이라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하루키의 몇몇 굵은 장편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단편은 단편만의 개성과 재미가 있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