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만화가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의 그림 ‘상승과 하강(Ascending and Descending)’은 계단의 끝과 끝이 이어져 있어 마치 무한으로 이어져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소설 <러시 라이프>에서는 서로 무관한 주인공 5명의 이야기가 결국 센다이의 토막살인사건에 맞물려 마치 ‘상승과 하강’ 그림처럼 서로 무한히 이어져 있는 느낌을 준다.

원제 – ラッシュライフ (2002)
저자 – 이사카 고타로
옮긴이 – 김선영
발행 – 현대문학 (2016) (한스미디어 2006)
페이지 – 448p
소설에는 돈을 쫓는 시나코, 신흥 종교에 빠진 화가 지망생 가와라자키, 실력 좋은 좀도둑 구로사와, 오만한 정신과 의사 교코, 다음 직업으로 강도를 지망하는 실업자 도요다 등 범상치 않은 5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다섯 인물의 이야기는 서로 관계 없어 보이지만, 나중에 가서 센다이 토막살인이라는 중심 사건에 연결되어 하나의 커다란 퍼즐을 완성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경험해봤다면 아마도 알고 있겠지만, 결말에 가서 퍼즐이 들어맞을 때 묘한 쾌감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많은 등장 인물의 이야기 시점이 짧은 주기로 계속 바뀌는 점은 독자에 따라 다소 집중력이 떨어지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소설 속 이야기나 사건의 시간이 A to Z처럼 순차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 이유 때문인데, 이 점을 감안해도 결론의 퍼즐 완성도가 높아서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만한 소설이라고 느꼈다. 여기에 나사가 하나 풀린 것 같은 인물들의 유머나 속도감 있는 전개 방식도 재미의 요소이다.
추가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 봤다면 같은 캐릭터가 다시 등장하는 ‘이사카 월드’의 묘미도 찾을 수 있겠다. (구로사와는 다른 소설에서 도둑이자 탐정으로 활약한다) 물론 그렇다고 이사카의 어떤 작품을 읽기 위해 다른 작품을 선행 독서할 필요는 전혀 없다. 관심 있는 작품을 개별 단위로 읽되, 다른 소설을 읽을 때 기억난다면 반가운 마음이 드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 위의 표지는 2006년 초기 번역본이 아닌 2016년 재번역된 버전이다. 작가는 2002년에 처음 발표한 작품을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고 하는데 재번역본에도 반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