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병과 마법사 소설 리뷰 – 배명훈

기병과 마법사 소설 리뷰 – 배명훈

폭군인 숙부가 공포 지배를 하는 사라국의 영윤해는 죽음의 위기로부터 알 수 없는 마법을 사용하면서 자신을 구해낸다. 이후 유배지나 다름없는 북쪽 술름고리에 보내진 뒤 그곳의 지휘자로 부임하여 마목인과의 전투에서는 승리하지만, 더 큰 재앙이 몰려올 것을 알고 준비하는데.


저자 – 배명훈
발행 – 북하우스 (2025)
페이지 – 388p

소라국의 왕은 12년간 성군으로 지내다가 13년째 되던 해 폭군으로 변해 폭정을 시작하면서 나라를 공포로 몰아 넣는다. 왕의 형인 영유는 혹시 모를 역모의 누명을 쓰지 않도록 조용히 처신하다가 어느 날 스물 일곱의 딸 윤해의 혼담을 성사시킨다. 그런데 남편될 사람은 산 자의 몸에서 맨손으로 뼈를 꺼내는 것을 즐기는 미치광이 종마금이라는 자였는데.

살기 위해서라는 아버지의 말이 잘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그대로 따르기로 한 윤해는 며칠 뒤 잔치 준비 준비를 위해 홀로 종가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종가집에서 윤해를 부른 것은 함정이었다. 야심한 밤이 되어 윤해는 마님으로부터 명을 받아 금화를 챙기러 집 뒤의 산길을 오르지만, 곧 주변에서 들리는 늑대 발소리와 비명을 감지한다.

궁지에 몰린 윤해 앞에 종마금이 나타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공격을 명령한다. 윤해는 애초에 자신은 신부감으로 종마금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난데없는 늑대의 공격에 당황하고 죽음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순간 마음 속에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고 곧 눈 앞에 커다란 곰개가 나타나 종마금과 늑대를 찢어버렸다.

왕실에서는 이 일을 두고 윤해가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이라며 북방의 술름고리로 유배를 보낸다. 마침 술름고리에서는 야인 마목인들의 침략으로부터 성을 방어하고 있었는데, 보기대대영솔(步騎隊大領率) 지휘관으로 부임한 윤해는 이를 막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군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릴 적 아버지와의 장기에서 이기고자 병서를 탐독했던 윤해는 기지를 발휘하여 토르가이의 연맹 부족을 격퇴하는 데 성공한다. 승리의 1등 공신은 마목인 출신의 유능한 좌기대대감 다르나킨이었는데 그를 통해 윤해는 기병 전술에 새로 눈을 뜨게 된다.

하지만 이 무렵 잠들면 꿈에서 낯선 여성이 나타나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했고 북쪽에 거대한 거문담과 숫자 1021의 존재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폭정의 피바람이 부는 사라국에 더 큰 재앙이 올 것을 알게 되는데. 과연 윤해는 비밀을 열쇠를 찾아 세계를 구할 수 있을 것인지.


기병과 마법사 감상

배명훈 작가의 책은 처음 접했는데 책 표지가 인상적이었고 제목의 기병과 마법사의 조합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해서 선택했다. 소설은 굉장히 정교하게 구성된 이야기라고 느꼈는데 특히 상세한 기병 전술 관련 내용이 자주 등장해 전장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밝히길, 한반도 지역의 기병과 관련된 역사학과 군사학 논문을 다수 읽었다고 한다)

작품의 배경은 몽골제국군이 초원에서 전성기를 누리던 13세기 또는 그에 근접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소설의 주요 배경인 사라국과 소라울, 술름고리 등은 가상의 지명 같은데 마목인과 칸의 존재가 등장하는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사실 소설 초반에는 생소한 용어나 지명 등이 많아서 잘 읽히지 않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윤해가 곰개를 불러내어 종마금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킨 초반 장면부터 몰입도가 올라갔다. 이후의 소설 전개는 크게 기병이 활약하는 전쟁 장면과 윤해가 예언의 실체와 거문담, 1021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장면으로 진행되고 흥미진진해졌다.

다만, 주요 소재가 등장했는데도 속도감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건 아쉬웠다. 그리고 소설 초반에 예스러운 시대 배경과 폭군이라는 뻔한 소재가 등장해서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은 면도 있지만, 갈수록 내용이 재미있었고 결말 부분도 좋았다고 느낀다. 기병 전투 장면이나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도 괜찮았는데 무엇보다 윤해가 수수께끼를 풀고 마법사로 각성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소설 속에서 윤해는 먼저 종마금으로부터 자신을 구하고, 우리(술름고리)를 구하더니 결국 세상을 구해내는데 성공한다. 그런 윤해를 지켜보면 왠지 현실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나 고민도 자신으로부터 발견할 수 있겠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볼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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