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신칸센(新幹線) 같은 기차로 장거리 여행을 할 때 에키벤(駅弁)을 구매하면 긴 여행 중 배고픔을 달랠 수 있다. 에키벤은 이름 그대로 역에서 파는 도시락으로 일본 전국 철도역에서 판매하는데 전국 도시락 종류만 약 4,000가지는 된다고 하는 것 같다.
일본 에키벤의 역사
원래 일본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전쟁이나 사냥, 꽃구경인 하나미(花道 : hanami) 같은 야외 활동을 할 때 도시락(弁当 : Bento)을 먹는 문화가 발달했다. 에도 시대(1603~1867)에는 가부키(歌舞伎) 같은 연극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판매하기도 했는데 다음 시대인 메이지 정부에 들어 철도가 개통되면서 에키벤이 등장하였다.
1872년 도쿄 신바시 – 요코하마 노선이 개통되었지만 당시 기차역이나 기차 안에서 도시락을 판매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최초의 에키벤은 1885년 도쿄 북부의 우쓰노미야역 (宇都宮)에서 판매했던 주먹밥과 대나무에 싼 단무지라는 기록이 있는데 이후 다른 역이 생겨나고 새로운 도시락이 등장하면서 에키벤은 일본 전역으로 퍼질 수 있었다.
이후 일본 전역에 철도 노선이 확장되었고 장거리 철도 여행객이 늘면서 에키벤 역시 인기가 올라갔다. 특히 전국 기차역에서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에키벤을 출시했는데 이를테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거나 개성 있는 도시락 디자인을 도입한 에키벤 등이 있다.
에키벤의 가격대와 구매 방법

에키벤 가격은 에키벤에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먼저 주먹밥이나 샌드위치, 간단한 밥과 반찬으로 구성된 700~1,000엔 정도 도시락은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이어서 1,000~2,000엔대는 가장 일반적인 가격대로 보이는데 반찬 가짓수가 다양하고 지역 특산물도 찾을 수 있다.
와규(일본 소고기), 장어, 게 등 한 눈에 봐도 고급 재료가 들어간 에키벤은 2,000~3,000엔 이상 하는데 재료 구성에 따라 1만엔(한화 약 10만 원)이 넘는 최상급 에키벤도 가끔 보이는 것 같다. 가격이 가격인 만큼 기차역 도시락이 왜 그렇게 비싸야 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일본에 철도 여행과 에키벤 매니아가 있는 것을 보면 이해가 가는 것 같다.
에키벤을 구매할 때는 주요 기차역이라면 에키벤 매장이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지역이나 기차역에 따라 역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는데 혹시 잘 못 찾겠다면 역무원이나 주변 사람한테 물어봐도 좋을 것이다. 혹은 기차역이 아니라 일부 백화점에서도 판매하기도 하는데 관심 있다면 들러보자.
* 게이오(京王) 백화점 신주쿠점에서는 매년 1월, 전국 에키벤 대회를 개최해서 전국 최고의 도시락을 가리는 행사가 진행된다. 대회 이름은 ‘원조유명에키벤과 전국 유명 맛있는 음식대회(元祖有名駅弁と全国うまいもの大会)’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