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고 시원한 수박은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 중 하나로 한국에서는 주로 잘라서 생으로 먹거나 화채 아니면 주스로 만들 때가 많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껍질 부분을 따로 손질해서 요리를 먹기도 하지만, 역시 잘라서 생으로 먹을 때가 가장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똑같이 생으로 수박을 먹더라도 일본에서는 수박 겉에 소금을 뿌려서 먹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이렇게 하면 수박 맛이 더 달콤해진다고 한다. 만약 한 번도 이렇게 수박을 먹은 적 없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달콤한 수박에 짠 소금을 뿌리는데 수박의 단맛이 강해진다고?!’
이건 어딘가 이상해 보여도 사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발상인데 자세한 이유를 아래 정리해 보았다.
수박에 소금을 뿌릴 때의 효과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혀에 있는 미뢰(맛봉오리)에서 음식의 맛을 감지한다. 미뢰는 혓바닥 위에 있는 미세한 타원형의 돌기 부분으로 이곳에서 감지한 맛은 우리 뇌로 전달돼서 맛을 인식하게 된다.
수박과 소금의 경우 서로 단맛과 짠맛이 대비되는 맛이다. 소금을 뿌린 수박을 깨물면 먼저 미뢰가 소금의 짠맛에 들어있는 나트륨 이온을 감지하고 이어서 단맛을 느끼는 미뢰 세포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해준다. 즉, 소금의 짠맛이 수박의 단맛을 더 강조해 주면서 단맛을 더 오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효과인 셈이다.
여담으로 원래 수박은 아프리카가 원산지로 한국에는 13세기 고려시대 때 개성에서 처음 전해졌는데 일본에는 그보다 늦은 16세기 초 에도시대(江戸時代 : 1603~1868년) 무렵 동남아시아를 통해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일본은 해외 국가와의 교류가 활발했고 수박을 비롯한 다양한 작물이 국내로 들어오게 되었다.
처음에 수박은 관상용이었지만, 점점 식용 과일로 활용되면서 곧 일본 전국으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아마 이 무렵부터 수박에 소금을 뿌려 먹었다고 하는 것 같다. 단맛을 증폭하는 역할 말고도 땀 배출이 많은 여름철, 소금의 염분을 같이 보충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개인적으로 수박에 소금을 뿌리면 정말 단맛이 강해지는지 궁금해져서 시도한 적이 있지만 아쉽게도 결과는 실패였다. 수박의 단맛은 익숙한데 여기에 더한 소금의 짠맛은 매우 생소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개인마다 느끼는 맛의 감각이나 한국과 일본에서 재배되는 수박의 맛에 차이가 있어서 사람마다 선호도는 나뉠 것 같다.
참고로 단맛이 강해진다고 해서 소금을 왕창 뿌리면 수박 짠지를 먹게 될 수 있으니 극소량~소량을 뿌려보고 맛을 판단하는 것이 옳다. 아니면 아예 설탕을 뿌리는 것도 괜찮겠지만, 양이 지나치면 수박의 자연 단맛을 가리고 과도한 당분 섭취를 할 수 있어서 주의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