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자가수는 왜 노래에서 자신을 ぼく보쿠라고 부를까

일본어에서 화자가 자신을 가리키는 1인칭 표현은 한국어보다 훨씬 다양한데 그 중 僕(ぼく : 보쿠)는 남성이 자신을 말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여성의 경우 私(わたし : 와타시)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연령이 낮다면 あたし(아타시)를 쓰기도 한다.

그런데 일본 여자 가수(보컬)이 노래에서 자신을 私가 아니라 僕라고 칭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아래 예시 곡 영상 몇 개를 준비해 보았다.


노래에서 僕라고 부르는 이유


(03:10) 応えて 僕の声に (나의 목소리에 대답해)
– 中島美嘉 (나카시마 미카) GLAMOROUS SKY



(00:27)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ウミネコが桟橋で泣いたから
(내가 죽으려고 했던 건 괭이갈매기가 부두에서 울었기 때문이야)
– 中島美嘉 (나카시마 미카)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00:35) 僕は透明人間さ きっと透けてしまう 同じひとには判る
(나는 투명인간이야. 반드시 투명해져 버리지. 같은 사람은 알고 있어.)
– 東京事変(도쿄지헨) Invisible Man(투명인간)



(00:27) 僕には何が出来るのか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00:52) 僕が僕でいられるように (내가 나로 있을 수 있게)
– 夜遊び(요아소비) 怪物(괴물)

위의 예시 곡 말고도 상당히 많은 여자 가수/보컬이 노래에서 자신을 僕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인터뷰처럼 말할 때를 보면 私라고 호칭하고 있어서 상당히 헷갈렸다. 주변 일본 지인에게 물어봐도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해서 혼자 추측해 봤는데 바로 단어 음절과 관련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노래를 만들 때 멜로디를 먼저 만들고 그 음에 맞게 작사하는 것이 보통이 아닐까 싶다. (반대로 가사 먼저 만들고 멜로디를 붙일 때도 있겠지만) 즉 わたし(와타시)나 あたし(아타시)가 3음절인데 반해 ぼく(보쿠)는 2음절이라서 멜로디에 가사로 넣기 편한 이유가 크다고 느낀다. 위에 첨부한 노래도 가사에 있는 僕를 私로 바꿔보면 음절이 많아져서 어색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여자 가수/보컬이 A라는 노래에서 僕를 사용했다고 다른 B, C, D, E.. 노래에서도 항상 僕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멜로디나 가사에 따라 私도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결국 僕를 사용하는 것이 음절 문제와 연관 있다는 생각은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느낀다.

물론 ‘나’를 칭하는 2음절 단어로 わし(와시)나 俺(おれ : 오레)도 있지만, 와시는 나이가 엄청 들어 보이고 오레는 거친 뉘앙스가 난다. 그래서 가장 좋은 타협점으로 私와 俺 중간 느낌인 僕를 사용하는 게 아닐까 싶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음절 문제를 언급하는 기사가 있었는데 일본에서 여성 아티스트가 노래 가사에 僕를 사용한 것도 오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역시 3음절인 私보다는 2음절인 僕가 멜로디에 맞추기 쉽다는 것 같다.

관련 기사 (일본어)
여성 아이돌과 아티스트 노래에 僕가 많은 이유를 분석해 봤다


여성은 일상에서 私를 사용하자

미안하지만 나라도 때리고 싶어진다

여성 일본어 학습자는 자신을 가리킬 때 僕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야후의 知恵袋(지혜주머니)는 한국의 네이버 지식인 같은 곳인데 ‘여성이 1인칭 호칭으로 僕를 사용하는 것’에 관해 찾아보니 때리고 싶어진다고 말하는 일본 남성의 답변도 찾을 수 있었다.

다른 답변을 봐도 ‘여성이 사용하는 건 상당히 의외이다’, ‘중고생 시절까지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사회에 나오면 교양 있는 호칭을 사용하자’와 같은 의견이 보였다. 그래서 종합하면 僕는 음악, 소설, 만화 같은 작품을 제외하면 나이 어린 여성이 멋있는 척 할 때 사용하거나 성인 이후에는 私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마도 일본어 자체가 성별에 맞는 언어가 몇 가지 나뉘어 있어서 그렇게 사용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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