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소설 리뷰 – 델리아 오언스

자몽러

12/22/2025

가재가 노래하는 곳 소설 리뷰 – 델리아 오언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습지 판잣집에서 살던 가족들이 모두 떠나고 혼자 남은 6살 소녀 카야는 홀로 성장한다. 이후 테이트를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이별을 경험하고 새롭게 체이스를 만나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체이스에게마저 버림받고 카야는 실의에 빠진다. 그리고 얼마 뒤 체이스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그녀는 사건의 주요 용의자로 체포되는데..


원제 – Where the Crawdads Sing (2018)
저자 – 델리아 오언스 (Delia Owens)
옮긴이 – 김선형
발행 – 살림 (2019)
페이지 – 464p

1969년. 미국 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 해변의 습지에서 인근 마을 바클리 코브 최고의 멋쟁이 미청년 체이스 앤드루스가 시체로 발견된다. 제보를 받은 에드 잭슨 보안관은 체이스가 바로 옆 소방망루에서 떨어져 죽은 것으로 확신했지만, 망루와 시체 주변 어디에도 지문이나 발자국 같은 흔적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에드는 수사를 포기하지 않았고 조금씩 유력한 단서를 찾아내는데.

한편, 시점은 체이스의 시체가 발견되기 한참 전인 1952년으로 돌아간다. 5남매 막내였던 6살의 어린 소녀 카야는 마을 근처의 습지에 허름하게 지은 판잣집에서 부모님과 형제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늘 술에 찌들어 살았던 2차 세계 대전 참전 군인 아버지는 매일 같이 어머니 줄리엔과 그를 말리는 다른 형제들을 폭행했다.

가장의 폭력을 참지 못했던 어머니와 형제들은 하나 둘 집을 떠났고, 판잣집에는 아버지와 카야 둘만 남는데. 얼마 뒤 아버지마저 영영 떠나자 마침내 카야는 습지 속의 외톨이로 남게 되었다. 혼자가 된 카야는 홍합과 생선을 잡아, 보트 연료와 생필품을 다루던 점핑의 가게에 팔아 생활해 간다. 그리고 집 주변 자연과 생물을 관찰하며 홀로 성장한다.

몇 년 뒤, 카야는 집에 있던 보트를 타고 습지에 나가 길을 잃었을 때 우연히 4살 위의 금발 소년 테이트를 만나 무사히 집에 돌아온다. 테이트는 마을에서 ‘습지 소녀’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카야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항상 혼자였던 그녀에게 왠지 마음이 갔던 그는 책을 여러 권 가져와 ABC부터 글자를 가르쳐준다. 똑똑했던 카야는 금세 글자를 배워 평소 관찰하던 생물 표본을 기록하고 정리해간다.

두 사람의 감정이 깊어지려는 찰나, 대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된 테이트는 해양 생물학을 전공하겠다며 카야의 곁을 떠나게 된다. 약속과는 달리 아무리 기다려도 테이트는 돌아오지 않았고, 카야의 앞에는 그녀의 소문을 궁금해하던 마을 인기 청년 체이스가 나타난다.

버림받은 상처가 컸던 카야였기에 결혼을 약속하는 체이스와는 관계가 무르익었지만, 어느 날 신문에서 체이스와 다른 여자의 결혼 기사를 접하고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껴 그와도 결별한다. 하지만 체이스는 포기하지 않고 그녀의 앞에 나타나 애정을 갈구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비참한 경험을 한다.

시점은 다시 1969년. 체이스가 죽은 모든 정황이 카야가 범인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결국 카야는 체포되어 살인 사건의 유력한 피고인이 되어 법정에 서는데..


소설 리뷰

이 작품은 전에 알던 분에게 추천받았다가 최근에 생각나서 읽었는데 한 마디로 경이로운 소설이라고 느꼈다. 소설은 짧은 가족 이야기부터 시작하더니 주인공 카야의 성장 과정과 러브 스토리를 전개하다가 마지막에는 살인사건 미스터리까지 다루고 있다. 마치 여러 장르를 다루고 있는 것 같은데도 전혀 이질감 없이 이야기가 자연스럽고 이어졌고 흡입력도 엄청났다.

여기에는 체이스의 죽음과 카야의 성장이라는 두 이야기의 교차 전개 방식도 유효했다고 느낀다. 처음에는 전혀 관련 없는 두 내용이 번갈아 진행되서 연관성을 못 찾았는데, 꼬마였던 카야가 자라면서 테이트와 체이스를 만났고 마침내 소설의 두 시점은 하나로 연결되었다. 이후에 등장하는 재판 장면은 흥미진진하면서도 마치 카야가 체이스 사건의 용의자인 것이 확실해 보여 페이지를 넘길 때도 스릴을 느꼈고, 마지막에는 상당한 반전 요소까지 나와서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 카야의 독립적이면서도 외로움이라는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아가는 모습에는 감정이 잘 이입되었다. 어린 시절 모든 가족에게 버림받고 홀로 습지에 남아 자연을 친구 삼아 꿋꿋하게 자라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야생적인 습지 소녀라며 뒤에서 수근거리고 외면하기에 바빴다. 그런 카야를 점핑 부부는 조카처럼 보살펴 주었고, 테이트는 진정한 사랑을 알려주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습지 생태 묘사 역시 소설을 돋보이게 해주었는데, 우선 작가 자신이 평생 야생동물을 관찰한 생태학자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관련된 묘사는 작가 평생의 경험과 지식의 산물과 같고 그만큼 소설에 힘이 실리면서 입체감을 부여한다고도 느꼈다.

끝으로 소설 제목인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작품 속 모든 이야기가 등장하는 습지와도 같다. 습지는 버려진 소녀를 키웠고 그렇게 자란 소녀는 많은 일을 겪다가 다시 가재가 노래하는 그곳에서 눈을 감는다. 소설은 재미도 재미이지만, 어린 카야가 홀로 외로움과 세상의 편견을 이기고 성장하는 모습이나 테이트와 체이스의 대조적인 사랑, 70년대 이전 미국 사회의 유색 인종에 대한 편협된 시선 등 여러 생각할 거리도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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