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셔기 베인
원제 – Suggie Bain (2020)
저자 – 더글러스 스튜어트 (Douglas Stuart)
옮긴이 – 구원
발행 – 코호북스 (2021)
페이지 – 596p
목차
1992 사우스사이드
1981 사이트힐
1982 핏헤드
1989 이스트엔드
1992 사우스사이드
셔기베인 줄거리
영국을 이루는 구성국 중 하나인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는 (Glasgow) 현재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이자 영국 내에서도 세 번째로 규모가 큰 도시이다. 지금의 글래스고는 문화, 예술이 있고 도시의 현대화를 이루었지만, 소설 속 배경 시대인 1980년대는 낡은 공업도시의 이미지가 강했다. 탈공업화를 지향하는 영국 정부의 정책으로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도시 전체는 우울하고 암울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화려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애그니스는 이런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화려하고 멋진 삶을 살고자 꿈꾼다. 애그니스의 가족은 사이트 힐의 한 아파트에서 택시 운전사인 남편 셕의 시부모와 같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셕의 뜻으로 핏 헤드라는 지역의 아파트로 아이들을 데리고 이사 오게 된다. 애그니스는 새로 도착한 이곳에서 자신이 꿈꾸던 이상적인 삶을 시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데.
애석하게도 애그니스의 환상은 곧 깨지고 만다. 남편 셕은 애그니스와 아이들만 이곳에 버려두고 다른 여자와 살러 집을 나가버린 것이다. 또한 애그니스와 아이들이 남겨진 이곳 핏 헤드 탄광촌은 과거 탄광 산업이 번창했던 곳이지만, 현재는 문을 닫았고 마을 사람들은 일자리 하나 없이 정부에서 매주 지급하는 생활보조금에 연명해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받은 수당마저도 술과 도박으로 날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여서 마치 이곳 탄광촌은 아무 희망도 없는 마을인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을 잃었다는 좌절감에 빠진 애그니스는 매일 술에 의존한 채 생활하게 된다. 그리고 점점 핏 헤드 탄광촌의 주민들을 닮아갔다. 한편 그녀의 막내아들 셔기는 이제 갓 초등학교에 올라온 아이였는데 말투나 행동이 남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핏 헤드 아이들에게 놀림과 따돌림을 당한다. 셔기 역시 핏 헤드에 이사 온 뒤로 그 나름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의지할 곳은 오직 엄마인 애그니스였다. (누나는 멀리 시집갔고 형은 방에 틀어박히거나 종종 사라지곤 했다)
서로 비슷한 아픔을 겪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인지 셔기는 애그니스를 보살폈는데 애그니스에게도 그런 셔기의 마음이 와닿았던 걸까. 우연한 계기로 알코올 중독자 치유 모임에 나간 애그니스는 마침내 술을 끊는 데 성공했고 일자리도 구해(핏 헤드로 이사 온 이후 계속 정부 보조금만 받아 생활했다) 착실하게 일하면서 가정과 아이들을 보살피게 되었다. 어쩌면 애그니스가 약 1년간 술을 끊은 이 시간이야말로 그녀 자신과 그녀의 아이들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아쉽게도 그녀와 아이들의 행복했던 순간은 너무나도 쉽게 빛이 바래버렸다. 이 무렵 애그니스는 자신 앞에 나타난 택시 운전사 유진과 데이트를 즐기며 그와 결혼하는 장밋빛 미래를 생각한다. 한 번은 유진과 데이트하던 중 앞서 자신이 알콜 중독자 모임에 나간 것을 그에게 밝혔는데 유진은 그런 사실을 못마땅해 했다. 그리고 보통 성인이라면 술 한 잔 정도는 마셔도 괜찮다며 그녀에게 포도주를 권한다.
별다른 생각없이 그가 건넨 포도주를 한 모금 입에 댄 애그니스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금 알코올 중독에 빠져버렸고 지난 1년간 힘겹게 쌓았던 가정의 평화도 무너져 내린다. 아쉽지만 시간은 그대로 흘러버렸다. 유진은 죄책감을 느끼며 진작에 애그니스의 곁을 떠났고 첫째 아들 릭 역시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하여 집을 나가버렸다. 그저 중학생이 된 막내 셔기만이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는데..
셔기베인 감상
<셔기 베인>을 다 읽은 감상을 말하자면 굉장히 여운이 길다. 소설에서 가장 돋보이는 요소가 있다면 단연 어머니 애그니스를 향한 아들 셔기의 사랑이다. 애그니스를 향한 셔기의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은 당시의 어두운 시대와 환경을 밝혀주는 한 줄기 빛과 다름없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물론 소설과는 다르지만, 소설 속 셔기가 보여 준 사랑이야말로 여전히 우리 삶에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한다.
소설의 문체는 마치 일기나 자전적 에세이같이 쭉 담담한 어조로 이어진다. 알고 보니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녹여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독서를 마치는 동안 정말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읽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작품은 ‘소설’인 만큼 대부분 내용이 허구인 것은 틀림없지만, 셔기가 애그니스를 향해 보여 준 조건 없는 사랑은 진실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소설은 긴 분량에 걸쳐서 그 사랑을 묘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애그니스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읽었지만, 결말에 이르렀을 때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것은 그 증명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느낀다. 조건 없는 사랑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소설 <셔기 베인>을 강하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