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왜 여름에도 뜨거운 물을 마시는 걸까

한국에서 땀이 절로 나는 무더운 여름철 물을 마실 때 찬물을 마시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요즘은 가정이나 학교, 회사, 관공서 등에도 정수기가 잘 보급되어 있어서 4계절 내내 차가운 물을 마시는 것도 어렵지 않다.

반면 한국과 가까운 중국에서는 다른 계절은 물론이고 무더운 여름철에도 뜨거운 물을 마시는 사람이 월등히 많다. 같은 동아시아 국가이고 한자를 사용하는 문화권이지만, 어째서 물을 마시는 문화는 이토록 다른 걸까?



중국 고전 의학서

한국에 조선시대 의관 허균이 1613년 편찬한 의학서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있다면, 중국에는 그보다 훨씬 앞선 기원전 2세기경 한나라 시절 편찬된 ‘황제내경(黄帝内經)’이라는 고전 의학서가 있다. (2011년, 중국 세계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황제내경은 인체의 기(氣)와 혈(血)과 같은 개념을 포함한 내경(內經)과 소문(素問)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체의 생리, 진단, 치료 등의 원리를 다루고 있다. 이후 중국 한의학과 의학서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는데, 본문에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인체 건강에 좋다’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즉 찬물은 소화 기능에 좋지 않고 기를 손상시키 반면, 따뜻한 물은 몸을 데워서 소화를 돕고 기의 흐름도 원활하게 한다는 믿음이다.



중국의 식수 문제

과거 중국의 몇몇 지역에서는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를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는 중국의 지리적 환경과 연관이 있는데, 이를테면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알려진 중국 북부의 황하강 유역은 강에 토사 함량이 높아져 잦은 범람과 홍수를 일으키기도 했다. 더구나 이 일대는 건조하기까지 해서 잦은 황사로 인한 사막화가 진행되어 물 부족 문제도 겪어야 했다.

이후 중국은 근대로 넘어왔지만, 열악한 식수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던 것 같다. 19세기 말에는 윈난성에서 3차 흑사병이 발생해서 세계로 퍼졌고 많은 환자가 죽은 일이 있었는데 이 무렵 서구권에서는 오염된 물이 질병을 퍼트린다는 ‘세균 이론’이 입증되기도 했다. 당연히 상하수도 시설의 정비도 같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의 모든 상하수도 시설을 개선하기에 역부족했고 마침내 정부는 식수 위생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1934년~1937년 중국 국민당 정부의 장제스(蔣介石)가 제창한 ‘신생활운동’과 연관 있어 보인다.

이는 중국 국민 생활을 개선하고 국가의 근대화 추진 등을 목표로 했고 ‘예의염치(禮義廉恥)’ 네 가지 덕목의 실천을 강조했다.

단, 중국 정부에서 직접 국민들에게 물을 끓여서 마시라고 권장한 것은 1952년 있었던 ‘애국위생운동’을 기점으로 한다. 이는 당시 만연하던 수인성 질병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끓인 물을 마시는 것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한다.
* 전국에 수만 개의 우물을 새로 만들거나 개량하는가 하면 환경소독과 개인위생 개선, 수질 관리, 쓰레기 처리 및 해충 방역 등을 실시했다.


뜨거운 물 마시기

애국위생운동 이후로 중국 정부는 학교나 공공장소, 공장 등에 공용 온수통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반면 시설이 부족한 농촌 등에서는 땔감을 사용해 물을 끓였다고 한다) 그러다 1980년대 이후 경제 개혁 개방 정책이 시작되면서 중국 경제가 발달한 결과, 온수 시설도 보다 넓게 보급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전기 온수기나 온수 파이프 등이 있는데 일반 가정에서도 뜨거운 물을 사용이 가능해졌다. 이후 중국 내 기술과 경제가 더 발전하면서 이제 일부 농촌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도시에서는 뜨거운 물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요즘 중국 가정에서도 정수기를 많이 사용하는 만큼 냉수를 마시는 사람이 많아진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오래 전부터 습관처럼 온수를 마셨던 만큼, 여름에도 뜨거운 물을 마시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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