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에 어학연수 와서 평일 오전에는 수업에 참여했고 따로 숙제나 예습, 복습도 빠트리지 않고 부지런히 중국어를 공부했다. 하지만 이왕 중국에 온 만큼 시간이 나면 학교 주변이나 천진 시내도 부지런히 탐방했다. 외출은 혼자 할 때도 있었지만, 다른 유학생이나 현지인 푸다오나 대학생 친구와 같이 어울릴 때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 무렵 같은 반 학생의 소개로 학교 밖에서 현지인에게 자전거를 구매하기도 했다. 가까운 곳은 자전거를 이용했고 조금 먼 곳은 버스나 택시를 타고 외출했는데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람들 모습도 보고 여러 가지 경험할 수 있었다.
유학이든 여행이든 천진시에 처음 왔다면 대표적인 여행지에 들러보는 것을 추천하는데 이 글에서 몇몇 가볼 만한 관광명소와 명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각 명소의 현지 주소는 메모장 파일로 첨부하였습니다.
1. 빈장따오

천진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 거리 중 한 곳인 빈장따오는 하이허(海河) 강변의 장즈충로(张自忠路)부터 남서쪽의 난징로(南京路)까지 2,000m 넘게 이어지는 거리로 1920년대 후반부터 중국과 외국 상인들이 모이면서 형성되었다고 한다. 백화점부터 숙박시설, 영화관, 식당, 서비스 시설 등 다양한 상가가 있는데 이 중 보행자 거리와 진먼 야시장(津门夜市)이 명소로 꼽히는 것 같다.
만약 천진이 서울이라면 빈장따오 거리는 명동에 비유할 수 있겠다. 평소 번화가를 무척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천진에 도착한 이상 중심가를 안 가볼 수 없었다. 학교에서는 동문으로 나와 맞은편 도로에서 2元인가 요금으로 이층버스를 타고 20~30분 정도 달려서 도착했던 것 같다.
도착해보니 들었던 대로 규모가 크고 상점과 사람도 많아 볼거리가 참 많았다. 200元(약 35,000원)을 주고 나름 괜찮은 외투를 사기도 했고 또 평소 생활할 때 필요한 물품도 조금 구했던 것 같다. 일단 거리에 차가 없어서 다니기 편했고 배고프면 야시장으로 가서 배를 채우기에도 좋았다.
2. 하이허와 천진의 눈

천진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이허는 북쪽 내몽고나 남쪽 황하를 비롯한 중국 내 다른 지역과도 연결된 강이다. 강변을 따라 식물로 가득한 공원이나 산책로, 조각상 등이 있어서 잠시 들러 휴식하기도 좋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대관람차를 발견할 수 있을 텐데 바로 천진시를 상징하는 천진의 눈(天津之眼)이다. 천진시 대표 경관 중 한 곳이기도 한 만큼, 근처를 지난다면 꼭 들러보자. 참고로 대관람차는 2009년부터 운영되었고 지금도 탈 수 있다.
3. 천진 고문화거리

천진시 난카이구(南开区)에 있는 고문화거리는 총길이 약 700m에 이르는 보행자 거리로 과거 청나라 시절 상인들이 모여 큰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후 1980년대 들어 중국 정부는 역사와 전통 보존을 위해 거리를 새롭게 단장하였고 현재 약 100여 곳의 점포가 자리를 지키는 5A 관광 명소가 되었다. (A가 많을수록 등급이 높고 5A가 최고이다)
오랜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우수한 데다 다양한 공예품부터 도자기, 기념품 등을 찾아볼 수 있어서 방문하는 것을 꼭 추천한다. 전체 거리 분위기도 마치 중국 사극 속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중국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 되지 않을까 한다.
4. 18번가 꽈배기(十八街麻花)

청나라 말기, 천진의 한 18번가 골목에서 刘老八(Liu laoba)라는 남자가 꽈배기를 만들어 판 것이 시초로 100년이 지난 지금 ’18번가 꽈배기’라는 천진 대표 명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18번가 꽈배기는 일반 꽈배기와는 다르게 생강이나 호두, 땅콩, 참깨, 설탕 등 색깔이 들어간 재료를 추가해서 독특한 식감과 풍미, 맛을 살려낸 점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18번가 꽈배기는 천진에 와서 먹었던 현지 간식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었다. 꽈배기 크기나 종류도 무척 다양해서 고르는 재미도 있었는데 만드는 방식이나 재료가 많이 들어간 까닭인지 보통 꽈배기보다 훨씬 맛있다고 느꼈고 연수 후 귀국할 때도 지인 선물로 몇 박스는 사 왔었다.
5. 구불리 만두(狗不理包子)

천진을 대표하는 두 번째 명물은 밀가루와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만든 구불리 만두이다. 구불리 만두는 고문화거리 말고도 천진 시내를 다니다 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만두 주재료도 돼지고기 외에 해산물이나 채소 등 무척 다양한 것 같다. 구불리 만두가 재미있는 건 만두 맛도 맛이지만, 그보다 ‘개도(狗) 상대하지 않는다(狗不理)’는 이름이 더 유명한데 간략한 일화를 보자.
청나라 시절, 천진의 한 남성이 40살에 낳은 高贵友(Gao guiyou)를 귀히 여겨 ‘강아지처럼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겠다고 하여 강아지(狗子)라는 유년 이름을 붙여준다. 高贵友는 14살이 되던 해 식당에서 일을 시작하며 만두 빚는 연습을 한 다음 자신의 식당을 열었는데 솜씨가 좋아 사람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너무 바빠서 손님 응대를 잘 하지 않자, 손님들은 ‘강아지(유년 이름)가 만두만 팔고 사람은 무시한다’라며 농담했고 이후 만두 이름은 구불리(狗不理)가 되었다고 한다.
천진에서 지냈을 때 많으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구불리 만두를 찾았던 것 같다. 그런데 만두 만드는 사람의 방식이나 재료가 천차만별이라 그런지 몰라도 언제는 맛있다가 또 언제는 별로일 때도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은 계속 찾겠지만, 주변 유학생의 반응을 보면 시큰둥하다는 대답이 많았던 것 같다.
6. 귀 눈알 튀김 떡(耳朵眼炸糕)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천진의 명물인 귀 눈알 튀김 떡은 다소 무서운(?) 이름과는 상관없이 찹쌀 반죽에 팥소를 넣고 기름에 튀겨낸 일종의 떡이다. 청나라 말, 刘万春(Liu wanchun)은 튀긴 떡을 만들어 팔고 있었는데 그의 가게는 폭이 1m 정도로 좁은 귀 눈알 골목(耳朵眼胡同)에 있어서 ‘귀 눈알 튀김 떡’으로 이름이 알려진다.
당시 주변 상인들이 개업하거나 일반 사람들이 가정에서 생일이나 결혼 같은 좋은 일을 축하할 때도 이 튀김 떡을 샀는데, 이는 ‘높다, 高(Gao)와 발음이 같은 ‘떡, 糕(Gao)’을 구매함으로써 행운을 부르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이후 귀 눈알 튀김 떡은 이때의 이름 그대로 천진의 명물 중 하나가 되었다.
‘귀 눈알 튀김 떡’의 맛은 한국 시장에서 파는 팥 도나스에 깨찰빵의 쫄깃함을 더해 튀기면 가까워지는 것 같다. 당시 고문화거리나 시내 다른 곳에서도 종종 튀김 떡을 사 먹었는데 입맛에도 무척 잘 맞았고 구매 실패 한 적도 없다. 구불리 만두가 맛과 향 등에서 호불호가 갈린다면 귀 눈알 튀김 떡은 무난하고 대중적인 맛인 것 같다.
7. 이탈리아 거리

이탈리아 중심의 서양식 건물이 100여 채 이상은 밀집해있는 이탈리아 거리는 1902년 중국 세관 관료와 중국 주재 이탈리아 장관의 조약을 계기로 조성되었다. (청나라 말기인 1900년 미국·영국·러시아·이탈리아 등 8강 연합국이 천진을 점령했다)
마르코 폴로 광장(马可波罗广场), 안젤라 골목(安吉里胡同), 차오의 정원(曹家花园), 세기 시계(世纪钟) 등 이국적 느낌의 건물과 장소가 많아 색다르기도 하고 또 천진의 근대 모습과 역사를 짚어보기에도 좋다.
8. 오대도 문화관광구(Five Avenue)

천진시 중심에 있는 오대도 문화관광구(五大道文化旅游区)는 약 230만 제곱미터의 넓은 면적을 자랑하며 1920~1930년대에 걸쳐 지어진 약 2,000여 채의 다양한 서양식 정원 스타일의 주택을 보존하고 있다. 면적도 크고 예전 건물도 많아 관광구 전체가 생생한 서양 근대 건축물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지난 2014년 약 7.2만 제곱미터의 큰 규모로 완공된 민원 광장은 관광구 안에서 중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운동장이나 박물관, 예술공연을 비롯한 시장이나 카페, 식당 등 다양한 오락·편의 기능 등을 제공하고 있어서 오대도 문화관광구에 왔다면 한 번쯤 들러 쉬었다 가기에 좋다.
9. 수상공원

1950년경 약 200헥타르 면적으로 완공된 수상공원은 천진 시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공원이다. 방위에 따라 3개의 큰 호수와 11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고 석조 아치 같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또한 호수 위에서는 보트도 탈 수 있고 공원 곳곳에 다양한 종류의 수목이 있는 데다 공원 남쪽으로 가면 약 50헥타르 면적의 동물원도 방문해볼 수 있다.
천진대학교(天津大学)나 바로 맞닿은 남개대학교(南开大学)에서 공부 중이라면 자전거나 도보로 들러보자. 호수가 넓고 곳곳에 수목도 가득해서 일단 방문하면 눈도 시원해지고 마음이 확 트일 것이다. 천진에서 공부했던 당시에는 가끔 자전거를 타고 방문했었다.
10. 이케아 가구

전통 명소라고 소개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그래도 나들이로 방문하기에 좋아 보인다. 천진시에 있다면 바이두 지도 앱 같은 곳에 宜家(이케아)나 天津宜家를 검색하면 위치를 볼 수 있는데 두 곳 매장 모두 큰 쇼핑몰 쪽에 있어서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언젠가 같은 반 학생이 권유해서 처음 이케아에 가보게 되었는데 물론 가구를 사러 가진 않았고 휴식의 목적이 컸다. 매장은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침대에도 누워볼 수 있고 푸트코트도 괜찮은 편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스웨덴 가구점인 이케아는 무려 1943년 첫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2014년 광명점이 처음으로 들어왔지만, 천진은 그보다 앞선 2009년에 들어왔다고 한다. (중국 1호점은 1998년 상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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