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로 무언가 시작한다고 말할 때는 보통 始める와 始まる 동사를 사용한다. 둘은 대상으로 하는 목적어가 있느냐(타동사) 없느냐(자동사)에 따라 아래와 같이 구분하면 된다.
競技を始める
Kyōgi o hajimeru
: 경기를 시작하다 (타동사)
競技が始まる
Kyōgi ga hajimaru
: 경기가 시작되다 (자동사)
한편 시작하다라는 뜻으로 始める 대신 火ぶたを切る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직역하면 ‘불 뚜껑을 자르다’가 된다.
이 말의 어원은 과거 일본에서 사용했던 화승총(火縄銃)에 있다. 당시 총을 쏘려면 발화 부분에 불을 붙여야 했는데 평소 습기나 빗물, 오발 사격 등을 방지하기 위해 뚜껑을 덮어 두었다가 쏘기 직전에 뚜껑을 열고 발포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火 (ひ) 불
蓋 (ふた) 뚜껑
→ 火 + 蓋 = ひぶた
切る (きる) 자르다, 끊다
→ 여기서는 (뚜껑을) 젖히다/열다
즉, 총을 쏘기 위해 불 붙이는 뚜껑을 열었던 행위로 총을 쏠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총을 쏘면 전쟁이 시작된다)
火ぶたを切る는 이러한 어원에서 비롯되어 현재 ‘(본격적으로) 시작하다, 개시하다’의 뜻으로 사용하는데 전투/경쟁의 어감이 있다 보니 일상보다는 주로 전쟁이나 경기, 대회 등에 더 어울린다.
戦いの火ぶたを切る
Tatakai no hibutawokiru
: 전투를 시작하다
戦いの火ぶたが切られる
Tatakai no hi buta ga kirareru
: 전투가 시작되다
일본어 문장을 만들 때는 위처럼 핵심 상황의 단어와 ‘~의’를 뜻하는 の 뒤에 붙이면 자연스럽다.
참고로 火蓋を切って落とす라는 말은 잘못 쓰이는 표현으로 보인다. (불 뚜껑을 열고 떨어트린다) 이 말은 가부키 무대에서 유래된 幕を切る (막을 열다)와 같은 말인 幕を切って落とす에서 유래한 것 같다.
무대에서는 막을 잡아 당겨서 밑으로 떨어트리므로 落とす라는 말이 붙었지만, 火ぶたを切る는 落とす 없이 切る만 사용해도 된다.

여담으로 최근 극장에서 개봉한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예고편을 보면 決戦の火ぶたを切る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직역하면 ‘결전을 시작하다’가 되는데 최종국면 치고는 한국어 번역의 의미가 약해 보여서 ‘결전의 포문이 열린다’고 의역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決戦の砲門を開く라고도 표현할 수 있지만, 火ぶたを切る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운 일본어 표현이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